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그 말들을 기억할 수 있다면 사랑은 조금 더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짐작과 오해를 무릅쓰는 신중한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여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환상적이고도 핍진하게 그려낸 『여기에 없도록 하자』로 현실과 소설을 엮는 독보적인 감각을 장편소설로도 완벽하게 선보인 바 있는 작가 염승숙. 등단 15년차, 기복도 쉼도 없이 또박또박 자신만의 보폭으로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작가는 이제 한국문단의 가장 믿음직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환상과 실재를, 다정과 비정을, 재미와 리듬을 씨실과 날실 삼아 특유의 문체와 함께 매끄럽게 직조하는 탁월한 감각을 가진 그가, 소설집으로는 『그리고 남겨진 것들』 이후 5년 만에 네번째 소설집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를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은 염승숙의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 소설세계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집이자, 상실 이후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곡진하게 쓴 비망록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불가해한 이 세계의 면면을, 읽을 수 없는 수만 가지의 이유를, 그럼에도 그것이 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운지를 극도의 섬세함과 예민함으로 감각해 궁굴리고 공글린다. 평론가 오은교의 말처럼 “보이지 않는 자들을 보고, 들리지 않는 자들의 소리를 들으며, 존재하지 않는 구멍에 자발적으로 빠진 이 작가”는 미풍에도 흔들리는 풍부한 감수성과 무(無)의 소리조차 감각하려는 집요함을 통해 천천하게 다가오는 진실의 순간을 기다리고,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