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술
임진왜란의 명장 이순신과 용장 선거이의
무장으로서의 의리와 벗으로서의 우정을 그린 소설
『칼과 술』은 임진왜란을 함께 치르며 신뢰와 정리를 나눈 이순신과 선거이 장수의 이야기이다. 두 장수는 백성을 위한 전쟁을 수행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심전심이었다.
이십 세에 보성 군수 추천으로 선전관이 된 무장 선거이는, 이십일 세 때 무과 급제한 뒤 삼십칠 세에 함경도 북병사 이일의 계청 군관으로 경성 읍성에 부임한다. 그리고 이순신은 조산보 만호로 이일 북병사에게 부임 신고를 하기 위해 읍성으로 온다. 선거이는 멀리 영강령을 넘어 눈 쌓인 길을, 말을 끌며 오고 있는 이순신을 한눈에 알아본다. 두 사람의 의리와 오랜 우정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순신과 선거이는 만나자마자 활쏘기를 겨루며 장수로서의 기개를 서로 알아본다.
선거이는 함경도 조산보 만호 이순신이 녹둔도 전투에서 패전의 누명을 쓰고 하옥될 때 위로주를 권하고 적극적으로 변호해서 이순신의 백의종군을 돕는다.
유성룡은 선거이에게 “일찍이 이순신을 만났고, 지금 선거이 군관을 보니 마치 범장이 조선 땅에 나타난 것 같이 든든하구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거이는 거제 현령, 성주 목사, 전라 우수사를 거쳐 전라 병사가 되어 행주대첩에서 권율만큼 전공을 세웠으며 충청 수사가 된 뒤에는 이순신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산도로 내려가 왜적을 격퇴하는 데 일조한다. 당시 장수들은 ‘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선거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두 장수는 술잔을 기울이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임진왜란의 팍팍한 병영생활을 견디기도 했던 만큼 이순신은 극비리에 건조 중인 거북선을 선거이에게는 보여준다. 이때 선거이는 거북선을 건조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었던 목수들의 요미(급여 쌀)를 대서 이순신에게 큰 힘이 된다.
선거이는 이순신에게 마음의 증표로 칼을 선물받고(난중일기 1595. 7. 21.) 헤어지면서는 「증별선수사거이贈別宣水使居怡」라는 시를 받는다(난중일기 1595. 9. 14.). 한편 이순신은 선거이가 중병이 들어 고향 보성에 누워 있을 때 이례적으로 직접 문병 가서 위로한다(난중일기 1596. 9. 24.).
1598년 9월 선거이가 먼저 적탄에 전사하고 이어 두 달여 뒤에 이순신이 적탄에 전사함으로써 이 두 장수는 죽음의 때를 거의 같이하고 있다.
작가는 명량해전의 김억추, 진주성 전투의 최경회 등 임진왜란의 장수들을 미시사적으로 접근, 대하역사소설 『이순신의 7년』에서 미처 세세히 조명하지 못했던 용장들을 그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