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1세기 리얼리티 쇼를 예견한
블랙 코미디의 정수
작가 외르케니 이슈트반은 헝가리 현대 문학에서 독특한 위상을 점하는 작가로, 르포르타주,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장르를 뛰어넘어 활약했다. 헝가리 초단편 문학 장르의 ‘발명자’이며, 헝가리 최초의 부조리 문학 작품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 《장미 박람회》에서는 이러한 작가의 장기가 훌륭한 주제의식 아래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기묘하다 못해 슬프고, 슬프다 못해 웃긴, 그런 ‘블랙 코미디’적인 재미와 통찰이 작품 곳곳을 수놓는다.
1970년대 헝가리 방송국의 한 신입 PD가 죽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한다. 물론 ‘윗선’에서는 그런 부정적인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목을 화사하게 ‘장미 박람회’로 바꾸고 결국 제작 진행을 허락받는다. 언어학자 더르버시 교수, 장미 화원에서 일하는 미코 부인, 작가이자 텔레비전 진행자인 J. 너지. 이 세 명의 출연진은 각자 카메라가 지켜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기로 한다. 그러나 죽음도 삶의 일부임을 동시대인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저자소개
외르케니 이슈트반 (?rk?ny Istv?n, 1912~1979)
헝가리 현대 문학에서 독특한 위상을 점하는 작가로, 르포르타주,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장르를 뛰어넘어 활약했다. ‘에지페르체시(egyperces, 1분짜리)’라는 헝가리판 초단편 문학 장르의 ‘발명자’이며, 연극으로도 널리 상연된 《토트 씨네 사람들》은 헝가리 최초의 부조리 문학 작품으로 평가된다. 부다페스트 공과대학교에서 화학을, 현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의 전신인 파즈마니 피테르 대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한 그는 1941년 단편소설집 《대양의 춤》을 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소련의 포로수용소에서 고초를 겪었고, 1946년 귀국 후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경직된 정치 현실에 반기를 들어 1956년 헝가리 혁명에 적극 가담했다. “밤에도, 낮에도 우리는 거짓을, 모든 전파에 우리는 거짓만 실었다”고 한 그의 발언은 이 혁명을 상징하는 슬로건이 되었다. 이후 이른바 ‘침묵을 강요당하는 시기’를 겪다가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다소 유화적인 정치 분위기에 힘입어 《고양이 놀이》 《토트 씨네 사람들》 《에지페르체시 단편집》 등을 발표하면서 ‘외르케니의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했다. 1972년 노동훈장, 1973년 코슈트상을 수상했다.
* 옮긴이
김보국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와 헝가리의 데브레첸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에서 헝가리 현대문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로 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헝가리 문학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 외에 저서로 《헝가리 외교문서로 본 북한의 문예》 《헝가리 외교기밀문서로 본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 등이 있다. 서보 머그더의 《도어》, 나더시 피테르의 《세렐렘》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채식주의자》 등을 헝가리어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