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 실연
결혼했는데 더 외롭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가깝고도 먼 부부관계의 심리학
그 누가 말했던가.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라고. 서로 사랑하니까, 더 많은 것을 함께하려고 결혼했는데, 살다 보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현실에 좌절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는 말이 더 와 닿게 된다.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는커녕 혼자일 때보다도 더 큰 외로움을 느끼며 의미 없는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이 출간되었다. 대만의 유명 정신과 의사이자 커플 심리치료사이며 베스트셀러의 작가이기도 한 덩후이원은 이 책에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정작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의 부부관계를 돌아보고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때 그 감정을 분명히 느낀다. 반대로 그 사랑이 사라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혼이라면 사랑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낄 때 명확히 판단이 선다. 그런데 문제는 기혼인 상태에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판단이 훨씬 더 복잡해진다는 데 있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사라져도 스킨십이 없어도 심지어 원수 같은 사이가 되었는데도 ‘부부란 원래 그런 거야’, ‘사랑이 뜨겁지 않다고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냐’ 하고 애써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저자는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듯이 결혼생활에도 개성이 있으며, 어떤 부부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다른 부부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떤 경우든 자신이 행복하지 않고 더 나아가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한다면 그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부부 사이에 사랑을 잃었다는, 즉 ‘실연’이라는 본질을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상담해온 수많은 부부의 사례가 나온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거나, 설령 인지한다고 해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문제의 결론을 어떻게 낼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진짜 마음조차 알지 못했다. 저자는 먼저 부부관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자신의 진짜 바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랑 없는 결혼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보다 나은 결혼생활을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을 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