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그들의 미술관
‘불꽃같은 정열의 나라, 스페인, 그들의 미술관’ 저자 양현지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세비야에 머물며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방문하였다. ‘뜨거운 태양의 나라’라는 수식어답게 스페인 화가들이 삶의 열정에 빠져 다채로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낸 까닭에 강렬함을 빚어낸 색감의 작품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스페인의 대(大)작가와 스페인의 왕과 관련된 궁정화가의 관계, 수많은 화가들이 성서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특성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그리스의 크레타섬에서 태어난 스페인의 화가 엘 그레코의 선명한 색과 그늘진 배경을 잘 사용했고 ‘궁정화가’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세비야 출신의 디에고 벨라스케스당대의 바로크 시대 화가였으며 초상화에 유능했다. 낭만주의 화가이자 판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인간의 본질, 두려움, 폭력, 신념, 악덕 등의 비판적인 표현을 담아낸 민중화가로도 이름을 드높였다. 20세기의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새로운 여인을 만날 때마다 작품의 화풍이 변하는데, 이렇듯 그의 변화된 그림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초현실주의 운동을 구체화시킨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은 상징적인 이미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어 스페인의 여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사벨 여왕 1세(1451~1504)다. 그녀는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기용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며 대항해시대를 열었다. 스페인 왕가의 ‘펠리페’라는 이름은 ‘태양의 제국’을 이끈 인물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펠리페 1세 ‘미남왕’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그의 통치 때인 16세기에 스페인의 해상권은 절정에 달하였다. 무적함대의 제왕 펠리페 2세의 별칭은 ‘신중하다’는 뜻의 ‘엘프루덴테(El Prudente)’이다. 하지만 그의 결혼만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국가적 정략결혼만을 선택하였는데 그중 두 번째부인은 영국의 메리여왕 1세로 1554년 결혼 당시 그녀의 나이는 38살, 펠리페 2세의 나이는 27살이었다. 총 네 번의 결혼을 하였고 모두 일찍 여의고 더 이상 결혼하지 않고 18년간을 혼자 살았다. 현재의 국왕 펠리페6세까지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재미있다.
스페인의 모자이크풍의 타일 벽화는 조르주 쇠라가 점을 찍어서 그리는 점묘법의 훨씬 이전의 형태로, 멀리서 보면 멋진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림이다. ‘올레’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곳에서 입었던 투우사 복장도 눈길을 뗄 수 없이 아름다웠다. 이들은 과거에도 세상을 매혹시켰고 지금도 사람을 끌어들인다. 스페인의 독특한 예술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우리를 황홀경으로 이끌어 간다. 또한 수많은 화가들이 성서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도 새로웠다. 『수태고지』, 『성모마리아의 승천』, 『예수그리스도의 죽음 』 등 셀 수 없을 만큼 같은 내용의 그림이 여러 화가에 의해 그려졌다. 화가들은 같은 주제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여 개진하고 옛 그림을 본받아 그리고 그 뜻을 이으려 했었던 것이다.
저자의 ‘불꽃같은 정열의 나라, 스페인, 그들의 미술관’는 그림을 보고 느낀 개인의 감정과 기록의 중요성에 바탕을 두고 작업하였고 특히 세비야의 미술을 한국에 처음으로 책으로 소개한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