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 할지라도
책속에서 -
현관문을 연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얼어 버린 듯이 서 있었다.
“당신?”
파김치가 된 듯 피로를 잔뜩 떠안고 남자는 문 앞에 한발 들어서고 있었다.
“슬비는? 슬비는 자나?”
남자의 입에서 나는 술 냄새가 마루를 지나 방안으로 퍼져 들었다. 얼른 침대에서 내려섰다. 슬그머니 부엌한쪽에서 정말 한참 만에 귀가한 남자의 거동을 살폈다.
“슬비가 궁금은 해요?”
“그러지 마라!”
“참, 어이가 없어서.. 집에 뭐하겠다고 돌아왔어요? 우리 둘이 잘 살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당신 필요 없어요!”
남자는 지친 몸을 소파에 던지듯이 내려 놓았다.
“그래! 미안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거 전혀 없었던 건 아니야, 일이 바빴던 것도 사실이고, 그렇지만 이젠 다 정리하고 일도 잘 돼서 돌아온 거야, 용서해 준다면 좋겠어, 아니 당신이 용서해줘, 그래서 우리 다시 행복하게 살자.”
“그 동안 슬비와 내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당신은 모르잖아요, 그렇게 방치해 두고선 이제 와서 용서하라고 하면 그 시간들이 없어 지나요. 그런가요?”
쌓였던 한풀이라도 하듯이 맘속에 가두었던 설움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그때, 슬비의 방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