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와 ‘씨스타’ 중에 더 오래 살아남는 그룹은 어느 쪽일까? 한류 드라마는 정말로 ‘세련된 취향’ 덕분에 인기를 얻는 걸까? 할리우드에서는 왜 수익률이 낮은 R등급(17세 이하 관람 불가)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이 제작되는 걸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뜨면 정말 한국 상품들의 수출이 늘어날까?
천만 관객 영화가 줄줄이 등장하고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는 한류 상품이 탄생하는 ‘콘텐츠의 시대’. 그러나 여전히 문화산업 분야에서는 종사자들의 ‘감’에 기대어 성공을 점치고, ‘운’에 기대어 흥행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막연한 ‘감’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하고 싶어 하는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문화산업이라는 풀리지 않는 블랙박스의 비밀을 탐사해왔다. 예측과 분석이 어려워 ‘숫자가 통하지 않는 산업’으로 악명 높은 업계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노력과 함께 시장에 관한 데이터가 조금씩 축적되면서 ‘운’의 영역이 ‘확률’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박스오피스 경제학》은 숫자와 데이터로 무장하고 ‘대중과 제작자들이 만들어낸 선택의 함수’에 도전한 경제학자들의 분투를 담은 책이다.
드라마 시청자들의 계층을 프로파일링하여 ‘취향의 지도’를 그려나가고자 한 연구자들, 금융경제학의 이론을 가져와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대중의 마음을 포착한 학자들, 해체와 솔로활동을 두고 고민하는 아이돌 그룹에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경제학의 거장들까지. 저자는 우리의 눈을 속이는 숫자들을 걷어내고 작은 실마리를 따라 현상의 본질로 파고들어간 경제학자들의 끈질긴 추적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그 속에서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인간’에 관한 통찰과 힌트들을 길어 올린다. 저자가 마련해놓은 통로를 따라 문화경제학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흥하고 망하는 콘텐츠의 비밀을, 복잡다단한 대중의 속마음을, 문화산업을 움직이는 스마트한 전략들을 꿰뚫어 볼 감각을 단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리모컨을 사랑한 경제학자. 영화, 드라마, 아이돌, 한류 시장까지, 숫자와 데이터를 무기로 드넓은 문화산업의 영토를 활보하며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세계의 비밀을 탐사하고 있다. 대학에서 인류학과 사회학을 먼저 접한 탓에 복잡다단한 인간의 행위를 ‘인센티브 구조’ 하나로 설명하려 드는 경제학을 오래도록 불신했다. 경제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며 점차 계량경제학과 통계에 익숙해지면서는, 다른 경제학자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행위와 동기에 관해 의심이 가득한 인간들임을 깨닫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산업 분석을 담당하며 만나게 된 콘텐츠 산업은 그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에게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는 분야다. 감독, 배우, 투자자, 아이돌, 그리고 시청자까지. 이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사람들이 모인 대중문화산업의 한복판에서는 어떤 선택과 행동들이 벌어질까? 이들의 판단과 결정에 숨겨져 있는 진짜 동기는 무엇일까? 취향과 마음의 시장, 객관과 논리보다는 종사자들의 ‘감’과 ‘운’에 기대어 굴러가는 업계를 경제학의 언어로 명쾌하게 분석해낼 수는 없을까?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들여다본 문화산업의 세계에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제학적 논리들이 숨어 있었다. ‘숫자가 통하지 않는 산업’을 향한 경제학자들의 분투와 발견을 담아낸 《박스오피스 경제학》은, 독자들에게 손에 잡히지 않던 모호한 ‘감’을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하는 기쁨을, 매일 만나는 문화 콘텐츠들 속에서 경제학적 코드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시스템 엔지니어를 거쳐 신문사 경제 주간지 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경제정책, 문화 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간 추격의 경제학》(공저)이 있다.
목차
여는 글_ 경제학을 믿지 않던 경제학자, 문화산업의 블랙박스를 열다
PART 1 경제학자가 시나리오 피치 글자 수를 세어본 까닭은 - 숫자에서 길어 올린 흥하는 콘텐츠의 비밀
1 설명이 짧을수록 시나리오가 비싸지는 이유 2 불황에는 어떤 영화가 뜰까 3 소녀시대 ‘태티서’와 빅데이터 비즈니스 4 스크린, 라이벌, 타이밍: 영화 수익률의 법칙 5 ‘강남스타일’이 뜨면 휴대폰 수출도 늘어날까 6 베스트셀러 광고에 숨은 함정 7 ‘페친’과 ‘좋아요’가 자본이 될 수 있을까
PART 2 복잡하고, 변덕스럽고, 생각보다 합리적인 - 문화경제학이 인간에 관해 말해준 것들
8 할리우드는 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사랑할까 9 아카데미상 수상 배우들의 이혼율이 급증하는 까닭은? 10 엑소와 씨스타의 생존 방정식 11 ‘별그대’가 보여주는 당신의 정체성 12 아이돌 그룹이 영원할 수 없는 이유 13 혁오와 힙스터,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14 덕선이와 안현수, 선택의 갈림길
PART 3 영화 티켓 한 장에 숨은 경제학 - 컬처 비즈니스 세계의 작동 방식
15 스타는 왜 스타가 되는가? 16 영화감독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17 온라인에서 뜨는 영화, 오프라인에서 뜨는 영화 18 어둠의 경제가 시장을 키운다? 19 ‘차이나머니’를 둘러싼 복잡한 속사정 20 창조경제를 위한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