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본 문학의 정수를 담은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제4권, 『만엔 원년의 풋볼』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의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문학을 엄선해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깊이 이해하자는 취지로 20년 만에 새 단장을 시작한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의 네 번째 작품이 출간된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대표작 『만엔 원년의 풋볼』이다. 시코쿠 산골 마을로 귀향한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내밀한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품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이 있었던 1960년을 말한다. 약 100년에 걸쳐 한 가문의 역사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이 오에 겐자부로 특유의 굵직한 서사와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진다. 평화 헌법 수호에 앞장서며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역작답게, 『만엔 원년의 풋볼』에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한데 담겨 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조명하며, 진정한 자기 구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만엔 원년의 풋볼』은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저자소개
1935년 일본 남부 시코쿠의 에히메현 기타군의 유명한 사무라이 집안에서 일곱 형제중 셋째로 태어났다. 1954년 동경대학 문과에 입학하여 1956년 불문과에 진학하였다. 대학 재학중인 1957년에는 『기묘한 일』을 동경대학 신문에 투고하여 동경대학 오월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학시절 문필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미시마 유키오 이래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58년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 있는 상인 아쿠다가와 상을 수상함으로써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59년에 졸업논문으로 『사르트르 소설에서의 이미지에 관하여』를 썼을 정도로 샤르트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기묘한 일』(1957), 『사육』(1958), 『세븐틴, 정치소년 죽다』(1961), 『개인적 체험』(1964), 『히로시마 노트』(1965), 『만년원년의 풋볼』(1967), 『핀치 러너 조서』(1976), 『레인트리를 듣는 여자』(1982), 『하마에 물리다』(1985), 『치료탑 (1990)』 등이 있다. 현재 도쿄에서 두 아들, 딸과 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가와바다 야스나리와 인도의 타고르에 이은 세번째 수상자인 겐자부로는 스위스 한림원에서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당혹감 등 실존의 문제를 다루어왔다고 밝힌 것처럼 인간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주제를 집요하게 천착해 왔다. 등단한 지 5년 후에 큰 아들이 정신지체아로 태어난 것을 계기로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였고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을 얻게 되었고 핵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1965년에 <히로시마 노트>를 발간했다.
1960년 그는 일본 청년작가 대표로 베이징에 가서 마오쩌둥을 만난 것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오에는 "문학과 삶은 별개가 아니다"라는 신념을 갖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1975년 필화사건으로 구속된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고 1989년 방북 이후 1993년 귀국해 5년 동안 옥고를 치렀던 소설가 황석영을 위해 세계 문인들에게 황 소설가 구제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1995년 한국에 와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황 소설가의 석방을 직접 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는 일본 우익세력에 맞서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한 '9조 모임'을 결성해 일본 군국주의와 전쟁 반대를 위해 투쟁해왔고, 일본에 진정한 과거반성을 외치며 한·일 관계개선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양심적인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으나, 2번째 장편 『우리들의 시대』는 점차 사회·정치 비판에만 몰두해가는 느낌을 풍긴다는 악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미일 안보조약을 반대하는 지식인을 대변하고, 솔제니친 석방요구 성명과 한국 시인 김지하의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참가하는 등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와 동시에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히기도 했다. 1994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행한 '애매한 일본과 나'라는 제목의 노벨상 수상소감 연설에서 "일본이 특히 아시아인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쟁 중의 잔학행위를 책임져야 하며 위험스럽고 기괴한 국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 평화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와 개인의 실존적 문제에서 겐자부로의 관심의 영역은 SF 소설까지 확장되었으며 『치료탑 혹은 치료탑 혹성』에서는 원폭 이후 세기말의 일본 사회를 매섭게 그려내어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멜로적 감성이 있는 소설에서부터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설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겐자부로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적 장애아 아들이 태어난 충격으로 그는 『개인적인 체험』을 발표했으며, 작품 속에서 기형아 출산을 주제로 삼아 인권을 유린당한 전후세대의 문제를 파헤쳤다. 한편, 『만엔원년의 풋볼(萬延元年のフットボ-ル)』에서는 오래된 공동체를 역사적, 민속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취했다. 이 작품으로 199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70년대에는 『핀치런너 조서』, 『동시대 게임』을 발표했다. 그리고 『히로시마 노트』, 『핵시대의 상상력』 등을 통해 반전과 장애아 보호를 주장했다.
1980년에 『레인 트리를 듣는 여자들(『雨の木』 を聽く女たち)』, 『어떻게 나무를 죽일까?(いかに木を殺すか)』, 『M/T와 숲의 이상한 이야기(M/Tと森のフシギの物語)』, 『새로운 사람아, 눈을 떠라(新しい人よ目覺めよ)』, 『치료탑(治療塔)』 등을 발표하면서 SF적인 수법을 도입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 외의 작품으로 『우울한 얼굴의 아이』, 『회복하는 인간』, 『책이여, 안녕!』, 『개인적인 체험』, 『아름다운 애너벨 리 캽늘하게 죽다』 등이 있다.
일본의 천황제와 국가주의를 일관되게 비판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군사 재무장과 핵 발전, 자위대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날 천황이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상을 수여하려 하자, “나는 전후 민주주의자이므로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권위와 가치관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수상을 거부한 일화로 유명하다. 과거 정치적 탄압을 받는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 작가들의 구명운동에도 힘썼다.
목차
제1장. 망자(亡者)에게 이끌리다
제2장. 가족의 재회
제3장. 숲의 힘
제4장. 보거나 보이거나 했던 모든 것은
꿈속의 꿈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_에드거 앨런 포
제5장. 슈퍼마켓 천황
제6장. 백 년 후의 풋볼
제7장. 되살아난 염불춤
제8장. 진실을 말할까? _다니가와 슌타로 《토바(鳥羽)》
제9장. 추방당한 자의 자유
제10장. 상상력의 폭동
제11장. 파리의 힘. 파리는 우리 영혼의 활동을 방해하며,
우리의 육체를 먹고, 그리하여 싸움에서 이긴다. _블레즈 파스칼
제12장. 절망 속에서 죽는다. 제군들은 지금도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결코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태어난 것을 후회하면서,
치욕과 증오와 공포 속에서 죽는 일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_장폴 사르트르
제13장. 재심(再審)
작품 해설 - 회생을 위한 진혼곡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