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생의 따뜻한 긍정, 아프고 고독한 삶의 위로
눈먼 개와 모텔을 전전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독한 삶에 대한 묘한 아픔과 추억 속 한 켠의 잔잔한 슬픔을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녀만의 문체로 어루만지고 있다. 소설 속 ‘나’는 여행자다. 발길 닿는 곳으로 혹은 버스나 기차가 멈추는 대로 정처 없이 ‘나’는 어디든 여행한다. 삼 년 동안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만난 사람을 일련번호로 호칭한다. 숫자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밀어서 식물인간으로 만든 아이 239, 바닥에 버려진 껌딱지로 예술을 하는 사람 99,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차에 머무는 사람 109, 자살을 결심한 사람 32, 자기 책을 파는 여자 소설가 751 등등. ‘나’는 길 위에서 그들을 만나 다양한 슬픔의 무늬를 바라본다.
눈먼 개 와조와 ‘나’가 그 여행에서 하는 일이라곤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편지를 쓸 뿐이다. 모텔로 돌아와 ‘나’는 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며 아프고 고독한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나’는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도시의 미로를 헤맨다. ‘나’는 결심한다. 누군가에게 단 한 통의 편지가 오면 이 여행을 중단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누구 하나 편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멈춰지지 않는다. 답장이 도착할 때까지 ‘나’의 방황은 계속되고 편지쓰기 또한 계속된다. 아무도 ‘나’에게 편지하지 않지만, 만났던 그들이 답장을 보내줄 거라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