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우리 모두가 통과해온 청춘의 소소하고 따뜻한 기록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신예 작가 김유철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다. 길 잃은 고양이와 보낸 한 철을 소소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그저 산책하듯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의 일상을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서영채의 말처럼, 이 작품은 절망적인 이야기를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그려내어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동화같은 소설로 다가온다.
'사라다 햄버튼'은 자연스럽게 '나'와 동거를 시작한 고양이의 이름이다. 울버햄튼의 축구경기를 보던 중 거실을 기웃거리는 녀석에게 별 생각 없이 샐러드를 주었더니 남김없이 먹어치워서 그런 이름을 지어줬단다. '샐러드 햄튼'이 아니라 '사라다 햄버튼'이 된 것은 순전히 발음하기 쉬워서라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함께 살던 여자친구 S마저 떠나간 뒤 완벽히 혼자였던 '나'에게 다가온 '사라다 햄버튼'은 놀라울 정도로 '나'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사라다 햄버튼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쯤 동거인이 또 한 명 늘어나게 되는데, 바로 어머니와 이혼한 뒤 캐나다로 떠났던 새아버지이다. '나'는 엄마는 왜 새아버지와 이혼했는지, 왜 친아버지의 존재를 감춰왔는지, 여자친구 S가 왜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홀연히 떠났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남아 있는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소설은 그들의 선택을 원망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관계의 가능성이란 그 불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역설적 진실을 담고 있는 이 작품에는 소박하지만 잔잔한 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