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수상자인 박진규씨는 올해 스물아홉으로 역대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자 중 최연소이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강물은 바다로 후른다는 사실을 우리가 의심하지 않듯이, 우리는 우리가 곰의 자녀라는 신화적 혈통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곰과 함께 쑥과 마늘을 들고 동굴로 들어갔다가 참지 못하고 뛰쳐나온 호랑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곰이 여성의 시조라면, 그때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끝에 열매로 매달린 것이 ‘호랑아낙’이었고, 『수상한 식모들』이었다.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복종한 대가로 여성의 시조가 된 짐승이 곰이었다면, (이 소설에 따르면) 신에게의 복종을 거부하고 스스로 여자가 된 짐승이 있었으니, 바로 호랑이었다. 이 호랑아낙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성들의 거대한 억압체계와 맞서왔다. 이들이 한국사회의 부와 명예를 독식해온 집단(왕조, 탐관오리, 다수의 뻔뻔한 양반이나 귀족계급)에 대해 은밀하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 호랑아낙의 정신을 이어받은 수상한 식모들은 의도적으로 부르주아 가정에 잠입하여 그들의 위선을 까발리고, 가정을 해체시키는 역할을 떠맡아왔다. 이 호랑아낙 그리고 수상한 식모들의 황당하고 기발한 행각을 그린 소설.
역사에 대한 전복적인 해석, 상식을 벗어난 상상력이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섬뜩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