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입원을 꼭 해야 된다는 말씀이시죠? 전 웬만하면 내일쯤 퇴원하고 싶은데.”
“강현아 씨.”
“네?”
또다. 그의 표정이 보일 듯 말듯 일그러졌다. 짜증? 귀찮음? 불쾌함? 분노?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저 의사, 나를 알고 있다. 수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마주친 기억이 없는 그가 나를 알고 있다니.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떠오르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쯤 되니 나 또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 너, 나 기억 안 나냐?”
쿵. 머리위로 커다란 바위가 떨어진다. 야? 야라고 했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손등을 꼬집어보는 내 귓속으로 또 다시 타고 흘러 들어오는 의사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한 층 더 낮아졌다.
기묘하게 굳어지는 그의 표정이 무섭다. 날 아는 사람인가? 누구지?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의 표정에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이예진
2013년 4월 19일, <내 남자의 첫사랑>의 연재를 시작했다. 소설을 접하고, 연재활동을 한건 그보다 훨씬 전이었지만 내 나름의 사전조사를 거쳐 진지한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은 <내 남자의 첫사랑>이 처음이었다.
연재활동을 하면서 거침없이 술술 써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손가락에 마비라도 온 것처럼 자판을 전혀 누르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소위 말하는 슬럼프가 찾아올 때면 수십 번을 거듭하며 터득한 혼자만의 방식으로 이겨내곤 했다. <내 남자의 첫사랑>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던 건 이러한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던가 싶다.
나는 내 글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길 원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 법한 이상적인 로맨스를 쓰고 싶었다.
은호와 현아, 그들의 이야기가 많은 독자 분들의 가슴에 자그마한 감명을 남겼으리라. 은호를 안타깝다 여겨주었으며, 현아를 나쁜X 이라 욕했을 독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출판한 이 시점에도 ‘작가’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이예진(24)의 짧은 감사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또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하며, 일 년간 글을 쓰며 벅찬 행복을 만끽하게 해준 은호와 현아에게도 작별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