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꽃돼지
무신경, 무뚝뚝, 무관심. 삼무(三無)를 완벽하게 갖춘 남자, 김환.
하지만 환은 약혼녀인 지인을 ‘땀돼’라고 놀려대며 무시하기만 했고, 마침내 지인은 환에게 파혼을 선언했다.
그런데 3년 만에 그가 돌아왔다! 지인의 전 약혼자이자 엄청난 모멸감만 안겨주었던, 그럼에도 사랑했던 남자 김환이 돌아왔다!
“남자친구냐?”
양해도 구하지 않고 뻑뻑 줄담배를 피워대던 환이 쓰레기를 버리듯 툭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지인은 여전히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땀돼, 많이 컸다?”
환은 묵묵하게 자신의 말을 씹는 지인을 흘깃 쳐다보았다.
“대답은 해야지. 아까 그놈, 남자친구냐고.”
“신경 꺼.”
빠직! 인내의 한계에 도달할 무렵, 지인의 대답이 들려왔지만 환의 이마에는 핏줄이 섰다. 조용해진 것뿐만이 아니라 건방져지기까지. 이것이 시간의 힘, 아니, 파혼의 힘인가.
콩알만 하던 게 조금 예뻐지더니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 환이 조금만 눈에 힘을 주어도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질을 치던 지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한데 어느새 새끼 고양이가 위험한 호랑이로 둔갑해 있었다.
‘순순히 파혼을 해 주는 게 아니었는데. 젠장! 못 보던 새에 리틀 윤미인이 돼 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