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해야 했던 여자들이 있다.
한국문학의 한 축을 담당하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의 스물두 번째 수상작 『다른 사람』.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와 함께 최근 급부상하는 영페미스트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2012년 등단한 이래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 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강화길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와 마주하게 된다.
같은 회사 상사이기도 한 남자친구로부터 몇 차례 폭행을 당한 주인공 진아. 견디다 못해 고소를 했고 재판 끝에 가해자는 겨우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협박이 계속되자 진아는 그 이야기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공론화했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진아 편을 들어주는 듯 했으나 직장 동료인 김미영이 진아가 남자친구를 이용한 거라며 사내게시판에서 오간 말들을 올리자 여론이 반전되어 어느새 진아는 ‘맞아도 싼 년’이 되어버렸다.
진아는 몇 개월 동안 방에 틀어박혀 매일 인터넷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한다. 왜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는지, 자신이 왜 한심한 여자인지 알기 위해서. 어느 날 진아는 평소처럼 댓글들을 살펴보다 “김진아는 거짓말쟁이다. 진공청소기 같은 년.”이라는 글을 발견한다. 여기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짓말쟁이’, ‘진공청소기’. 이 단어들은 진아를 알지 못하면 떠올릴 수 없는 말들이다. 그리고 이 말은 잊고 지냈던 12년 전으로 진아를 소환한다. 죽은 친구 유리에 대한 기억과 함께.
진아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당사자를 찾아 고향 안진으로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진아는 안진에 있는 대학교에서 1, 2학년을 보냈다. 12년 전 그곳에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들인 수진, 유리, 동희, 현규가 있다. 진아와 어린 시절을 함께해 서로의 밑바닥까지 알고 있는 수진, 모든 남자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가진 유리, 안진 유지의 아들로 모든 걸 갖춘 현규,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권력 앞에 조아릴 줄 아는 동희. 소설은 이들 네 명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되며 씨줄 날줄로 엮여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