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합니다, 정신과
정신의학신문 네이버 포스트 화제의 만화,
〈헬로, 정신과〉를 책으로 만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부터 번아웃증후군과 불안까지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위한 정신과 이야기
A는 회사에 가는 일이 무척이나 괴롭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의욕도 없으며 집중도 되지 않는다. 밤에는 의미 없이 SNS나 유튜브 영상들 사이를 이리저리 떠돌다 보면 새벽녘이 된다. 다음 날 당연히 졸리고 피곤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B는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 잠시나마 근심걱정을 잊고 삶에 활력이 도는 기분이다. 그러나 신나게 놀고 집에 들어오면 이유 모를 공허함과 우울감에 휩싸여 며칠씩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집에 틀어박혀 있곤 한다. C는 종종 갑작스럽게 자신을 덮쳐오는 불안감과 공포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럴 때면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거나 숨이 잘 쉬어지지 않거나 갑자기 몸이 뜻대로 되지 않아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냐고 하는데, 과연 심리적 문제가 이렇게까지 신체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나 의심스럽다. 건강검진을 받아보아야 하는 것일까.
누구나 불안, 우울, 의심, 분노 등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을 안고 산다. 증상이 약하거나 짧게 나타나 단순한 감정기복이려니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고, 증상이 심하지만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주변에 숨기면서 견디고 있을 수도 있다. 정신과에 방문하기가 조심스럽고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증상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내 마음속에 쓰레기통이 있어 여과되거나 정화되지 못한 마음의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면, 건드리기 두렵고 싫더라도 혼자 힘으로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든 확실히 청소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벌레가 꼬이고 냄새가 나서 나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마음을 치료합니다, 정신과》의 저자는 낮에 환자를 진료하고, 밤에 만화를 그리는 정신과 의사다. 이 책의 기초가 된 그의 만화 〈헬로, 정신과〉는 정신의학신문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된 후 총 16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저자는 정신과적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오랫동안 마주하다 보니 생각보다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우울증이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라거나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되어 평생 끊지 못하게 된다는 등의 잘못된 지식 때문에 환자 치료가 더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고 정신과적 증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리고자 틈틈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마음 문제로 힘들어하는 독자가 있다면 스스로 그 증상을 이해하고 앞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 책은 만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누구나 재미있게 읽기 쉽다. 또한 우울증, 공황장애, 번아웃증후군 등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치기 쉬운 질환들의 원인과 해결책까지 다양한 비유를 통해 다루고 있어, 결코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꼭 필요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정신과라는 곳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울증이라는 질환 하나에도 얼마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 불안과 우울의 차이는 무엇인지, 공황장애란 어떤 질환이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분노를 내뱉는 것과 참는 것 중 어떤 것이 나에게 좋은지 등 정신과에 대해서뿐 아니라 감정과 마음에 대해서도 궁금했던 많은 부분을 해소해준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삶을 견뎌내다가, 명확한 해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지쳐 있다가, 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마음의 미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침내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이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에는 나만의 길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