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세 번 맨 오쿠바
39년 동안의 살인누명을 쓴 오쿠바라 불린 사나이의 인생 분투기!
올해로 82세가 된 정원섭 목사의 실화를 다룬 소설 『넥타이를 세 번 맨 오쿠바』. 평범한 한 남자, 정원섭 목사(작중 정원탁)가 여자아이 강간살인범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뒤 무려 39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전근대적이고 부조리한 한국 사회의 공권력에 대한 고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내려오는 종교적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1년 사법파동으로 판사복을 벗고 변호사사무소를 연 이덕열은 강간 및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정원탁’이라는 사내의 변호를 맡게 된다. 정원탁이 기소된 사건인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이덕열은 경찰과 검찰이 저지른 고문과 강압수사, 그리고 비상식적이고 총체적인 증거조작을 확인한다. 그리고 피의자 정원탁을 면회하면서 그의 일생에 대해 소상히 듣게 된다.
일제 강점기. 춘천의 한 동네에서 유일한 치과의사의 아들이었던 정원탁은 친구들에게 본명 대신 어금니라는 뜻의 일본어 ‘오쿠바’라는 별칭으로 불리곤 했다. 오쿠바는 모자람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며 한때 목사를 준비했지만 한국 현대사의 요동치는 사건들로부터 죽음을 직시하며 점차 신앙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마침내 신학교를 뛰쳐나와 사진관을 연 오쿠바는 곧 아내를 얻고 가정을 꾸려 행복한 시절을 맛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첫째 아들의 투병과 죽음으로 가세가 기울고 상심한 오쿠바는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가 만화방을 차리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만화방에 간다던 9살 여자아이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성폭행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열흘 안에 범인을 잡으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시한부 검거령이 떨어지자 겁에 질린 경찰은 만화방 주인인 오쿠바를 뚜렷한 증거 없이 정확히 열흘 만에 체포하고,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다. 오쿠바를 만나 그의 무죄를 확신한 이덕열은 오쿠바를 자유롭게 해줄 과학적 증거와 결정적인 증인의 확보에 들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