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아채는 사람, 그 일을 누구에게 시킬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은 왜 늘 나여야 하는가?
집에서도, 집 바깥에서도 여성들은 항상 감정노동에 최전선에 서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대가 없이 하는 보이지 않는 것이 모두 감정노동이다. 여기에는 감정적인 일, 심리적 과부하, 정신적 부담, 가정 관리, 사무 노동, 그림자 노동이 포함된다.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큰 수고가 들고 시간을 잡아먹으며 진을 빼놓는, 압도적인 비율로 부당하게 여성이 도맡는 ‘마음 쓰이는 일’인 감정노동을 모두의 눈에 보이도록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2017년《하퍼스 바자》에 게재되자마자 순식간에 2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저널리스트 제마 하틀리의 칼럼을 책으로 정리한 것으로, 이름 없던 감정노동에 이름을 붙이는 데서 나아가, 실용적인 조언을 통해 감정노동에 억지로 끌려 다니지 않고 감정노동이라는 돌봄의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 다양한 사례와 인터뷰, 신뢰 있는 학자들의 논의 등을 진지하고 풍부하게 담아내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다.
여성은 어릴 때부터 감정노동을 훈련한다. 엄마와 할머니, 여성 친지들이 날마다 식사를 준비하고 가족의 모든 스케줄을 능숙하게 관리하며 온갖 잡다한 일들이 제대로 되어 가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다. 처음 누군가를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여성들은 착한 여자 친구로, 현명한 아내로, 자상한 엄마로 성장할 것을 요구받는다. 내 반응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지 계산해야 하고, 일을 부탁할 때도 명랑하고 캐주얼한 말투를 유지해야 하며, 불편한 상황에서도 자제하고 참고 즐거운 척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여기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노동의 불평등이 생겨나고, 여성들이 자신에게 완벽주의에 가까운 엄격한 기준을 세우도록 만든다고 이야기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감정노동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감정노동은 우리에게 분노와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를 더 충만하고 진정성 있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능력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하면서, 감정노동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일은 아이들의 미래가 더 나아지는 것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