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 현숙(근대문학의 스캔들 나혜석 단편소설)
칠흑같이 어두운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지만 내로라하는 명문 유지의 딸로 태어나 찬란하게 빛나는 삶을 살다간 한 여인이 있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외모와 명석한 두뇌, 세련된 매너로 1920년대의 대표적인 신여성으로 동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나혜석은 그야말로 찬란한 삶을 살다 흔적 없이 산화했다.
나혜석 자신의 삶을 관통하면서도 당시로선 파격적인 신여성의 자유의지와 독립적인 삶을 주장하는 작품을 다수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나혜석의 대표작 「경희」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여학생으로 기존의 남존여비, 여필종부라는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치열한 내적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신여성’과 ‘구 여성’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서사적인 갈등 구조를 이끌어가면서 남성이 지배하는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도전하고자 한다. 긍정적인 신여성을 대표하는 경희를 통해 구 여성들인 사돈 마님, 어머니, 올케, 시월이 등의 생활 스타일과 고정관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단편소설 「현숙」의 주인공은 카페 여급이자 유명 화가의 모델로 경제적인 독립을 통한 자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다면적인 주체이다. 현숙은 기만적인 남성들의 논리를 비판하고, 남녀 따로따로의 고유한 도덕적, 성적 영역은 없다는 진실을 우회적으로 폭로한다.
나혜석의 소설 「경희」와 「현숙」의 두 여성 주인공이 각자 처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근대여성의 독립적인 삶을 시사하고 있다. 즉, 경희와 현숙의 삶을 통해 작가는 근대적 여성상을 제시하고 성차별에 대한 혁신적 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열렬한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한 나혜석의 걸작 단편소설 두 편을 같이 묶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이 땅에서 태어난 「경희」, 「현숙」은 21세기에 읽어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