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너는 나의 용기
권력이 장악한 체제의 폭력, 그에 맞선 이들의 우아한 용기!
우태현의 사회파 추리소설 『적, 너는 나의 용기』. 사건 현장에 남겨진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을 스케치한 그림과 임화의 시들을 단서로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들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헌신했던 386세대의 부서져가는 현재가 엽기적인 살인 사건과 맞물려 투시되는 작품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를 조망한다. 이 사회에 지금도 남아 있는 ‘적’은 누구이고, ‘용기’란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간다.
여의도 샛강 지구에서 전 청와대 대변인이자 TV시사토론의 진행자이기도 했던 진보 성향의 정치인 이지선의 시신이 발견된다. 열 손가락이 불에 굽히고 입술이 꿰매진 채 처참한 몰골로 발견된 그녀의 입안에는 그림과 메모가 들어있다. 그녀를 시작으로 전 정권의 유력 정치인, 학생운동을 돕는 출판사 ‘광해사’의 사장, 광해사에서 원고를 집필했던 대학교수가 줄줄이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범행현장에는 모두 이지선의 입속에 있던 것과 같은 필체의 그림과 메모가 남겨져있다.
범인을 쫓던 영등포서 강력반장 형균은 이 사건의 희생자들이 과거 학생운동을 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자신의 형 ‘성재’와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사건의 단서를 쥐고 있는 유일한 키워드는 ‘위남청’.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어의 뜻을 풀고, 살인마를 잡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지만 수사는 권력자들의 손에 의해 방해 받지만 끈질긴 수사 끝에 형이 대학시절에 활동했던 독서 동아리 ‘파스큘라’와 ‘카프문학연구회’에서 사건을 풀어낼 실마리를 감지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