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나를 사랑했던 죄 없는 작은 생명,
그 연약한 사람은 내게 너무나 컸다”
눈이 많이 오는 고향에서 자란 주인공은 심장귀신을 보고 산신령을 믿으며 할머니와 기묘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정월 대보름이면 쥐불놀이대회를 여는 풍습이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 살의 어린 나이에 가장 멀리 쥐불을 날리며 우승을 하지만, 집에서는 살육과 같은 폭력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인공은 자신이 살기 위해, 어머니와 다름없는 할머니의 사고를 모른 척하고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뜨거운 피가 흐르지만, 단지 살아만 있는 상태‘로 죄책감을 스무 살까지 오래도 끌고 오게 된다. 주인공이 죄책감을 없애기 위한 선택들은, 마음을 짓누르고 자신을 괴물로 만드는 선택들이었다. 결국, 감정을 숨겨가며 억지로 나를 소모시키며 살아가고 깊은 우울감에 충동적인 선택을 하게 되지만 할머니와의 추억이 주인공을 살리게 된다. 흰 두부, 은방울꽃, 은반지, 목화솜 눈, 여린 쑥, 잣 세 알, 한지 석장, 은혜 갚은 까마귀, 되돌아온 고양이, 현충원의 설국 등의 희망적인 단서가 제시되고, 쇄빙선이 만들어낸 일직선을 따라가며 불행하지 않은 미래를 암시한다. 눈에 대한 그리움을 창호지와 장독과 같은 따스한 한국적인 정서로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