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촘촘한 문장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 여기, 우리의 치부를 마주하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저자 구병모의 두 번째 단편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집요한 현실 관찰자이자 방대한 이야기 수집가인 저자는 우리가 겪은 재난 이전과 이후, 생각의 과정들을 에둘러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무엇이 틀렸다고 호통을 치거나 서로 도우라는 교훈을 던지기보다 떠넘기고 외면하며 방임하고 자기합리화를 일삼는 지금의 우리를 생생하게 그려 보이는 여덟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언젠가 정말 이 세상을 떠나면 ‘나’가 꼭 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던 친구의 부고를 듣게 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 아파트 단지 구조가 엉망으로 설계된 바람에 대각선 집의 내부가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여 당장 다른 아파트를 알아보리라 벼르던 때, 이웃의 아동학대를 목격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창裏窓》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