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폭력의 시대
우리는 성장했고, 시대는 달라졌으며, 이에 발맞춰 정이현도 변화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출간해온 ‘도시기록자’ 정이현이 9년 만에 선보이는 단편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 소설집으로는 통산 세 번째인 이번 소설집은 저자가 단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부단하게 고민해온 흔적이자, ‘그래도’ 소설로 세계를 이해하고 써낼 수밖에 없어 끊임없이 노력해온 증거다.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들 가운데 미소 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 삶에 질기게 엮인 이 멋없는 생활들에 대하여 포착한 자취들이 가득 담긴 일곱 편의 작품을 모아 엮었다.
고등학생 보미가 남자친구 승현과의 관계로 생긴 미숙아를 낳은 후 밝고 화사하고 상냥한 어떤 세계가 자신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음을 깨닫게 되는 보미의 엄마 지원과 승현의 엄마 미영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것도 아닌 것》, 살고 있는 집 주인이 전세금을 올리자 전세금 마련에 지친 부부가 고민 끝에 대출로 집을 사기로 결정하고 ‘잘 살자’고 다짐하지만, 이사 전날 새집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맞닥뜨리게 되는 《서랍 속의 집》 등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의미의 단어만을 골라 쓴 단정한 문장들이 서로 단단하게 얽혀 소설 곳곳에서 ‘정이현식’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