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타이거 우즈 vs. 로저 페더러
두 살에 골프를 시작해 최고에 오른 타이거 우즈(조기 전문화), 다양한 운동을 폭넓게 접하고 뒤늦게 테니스로 진로를 결정한 로저 페더러(늦깎이 전문화). 우리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길은 어느 쪽일까? 우리는 오랫동안 뛰어난 성공을 거두는 인생 전략은 단 하나뿐이라고 믿어 왔다. 일찍 시작해서 일찍부터 전공을 정하고, 그 일에만 집중하고, 능률을 극대화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인간의 학습과 성취에 관한 비범한 해석으로 미국 출판계에서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논픽션 작가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이 책에서 조기 교육과 조기 전문화(협소하게 기술을 갈고닦으며 가능한 한 일찍 시작하는 전문화 교육)의 신화를 완벽히 깨뜨린다. 그는 방대한 문헌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예술가, 발명가, 미래 예측가, 과학자를 조사했고, 각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이 폭넓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지닌 늦깎이 제너럴리스트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른 나이에 삶의 목표를 정하고 〈신중한 훈련〉을 통해 조기 전문화에 성공한 우즈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페더러처럼 인생의 전반부를 여러 분야를 탐색하며 보내다가 뒤늦게 한곳에 정착한 사람들이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유추하고, 종합하는 데 탁월한, 바로 늦깎이 천재들이다.
조기 교육이라는 신화
조기 교육에 대한 맹신은 몇몇 신화적인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태어난 헝가리인 라슬로 폴가르는 대학 시절 위인들의 전기를 탐독했고, 〈제대로 조기 교육을 시키기만 하면 자녀들을 천재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의 교육 철학을 이해해 줄 약혼자를 구했고, 세 딸 수전, 소피아, 유디트를 낳은 뒤 곧바로 실험에 돌입했다. 세 자매는 오전 7시까지 탁구 강습, 10시 정각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낮 동안 내내 체스를 두었다. 아이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자 아버지는 〈코치를 구하고, 체스 잡지에서 기보 20만 장을 오려서 맞춤 카드 목록을 만들었다.〉 결과는 체스 역사에 남아 있다. 1988년, 수전(19살), 소피아(14살), 유디트(12살) 세 자매는 여성 체스 올림피아드의 헝가리 대표 팀 네 명 중 세 명으로 나서, 앞서 12연패를 기록 중이던 소련 대표 팀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폴가르 자매는 〈국가의 보물〉이 되었다. 라슬로의 실험은 너무나 성공적이었기에, 1990년대 초 그는 〈자신의 조기 전문화 방식을 1천 명의 아이들에게 적용한다면, 인류가 암과 에이즈 같은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중매체에 회자되는 통념과는 달리, 조기 교육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타이거 우즈나 폴가르 자매의 경우가 예외이고, 현실은 정반대임을 가리킨다. 권위 있는 음악 심리학자 존 슬로보다는 영국의 한 음악 기숙학교 학생들을 조사했고,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가 비범하다고 분류한 학생들이 〈악기를 더 늦게 시작했고, 어릴 때 집에 악기가 없었을 확률이 더 높았다〉. 또한 음악 레슨도 드물게 받았고, 입학 전까지 악기 연습을 한 시간도 적었고, 그것도 〈훨씬 적었다〉고 밝히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2017년 교육경제학자 그렉 던컨과 심리학자 드루 베일리 연구진은 학업 성취도를 높여 준다는 67가지 아동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을 검토했다. 연구진은 그런 프로그램들에 학업상의 일시적인 이점이 빠르게 약해지고, 심지어 완전히 사라지는 〈페이드아웃fadeout〉 효과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절차 반복을 통해 금방 습득할 수 있는 〈닫힌〉 기능들을 가르치며, 어떤 시점에 이르면 모든 아이들이 자동적으로 그런 기능을 습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유하자면, 〈조기 교육은 아이에게 좀 더 일찍 걸음마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 걸음마를 일찍 떼는 것이 인생에 중요하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