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세상의 이면, 두려움이 자라나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잔잔한 일상을 끊임없이 흔드는 김솔의 농담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
김솔만의 감각으로 그린 군상화
“이미 모든 책들이 책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_ p. 142 「기록」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8년 간, 두 권의 소설집과 네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김솔이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아르테)을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은 2017년 ‘세계의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특유의 몽상적인 문장들로 풀어낸 짧은 소설 모음집 『망상,어語』에 이어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짧은 소설 모음집으로, 밀도 높은 현재성과 기발한 상상, 이국적인 인물과 문체 등 오직 김솔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김솔은 역사, 과학, 윤리, 종교, 철학, 신화 등 해박한 지식을 작품에 인용하여, 이 시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문학적으로 빚어내는 글쓰기를 지속해왔다. 특별할 것 없고 보편적일 수 있는 하나의 상황조차 역사적 사실과 접목해 문명적 흐름이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옮겨와 현 시대를 조망하는 결정적 사건으로 빚어내는 데, 이런 전환의 힘은 김솔 소설만의 백미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작은 변화나 위협으로 얼핏 드러났다 사라지는 아이러니의 순간들은, 김솔의 작품에서는 그가 구축한 알레고리에 의해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특히 이번 소설집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은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소와 인물 들이 등장하는 40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이 시대가 필연적으로 품는 아이러니와 그 근원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깊은 물 아래 잠들어 있던 괴물 같은 세상의 실상이 어느 순간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앞에 선 인물들은 진실 혹은 몽상, 어쩌면 그 어느 곳도 아닌 방향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이 균형을 잃는 순간 감지되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을 통해 맞닥뜨리게 된다. 40편의 군상화 같은 이야기에서 겹쳐지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