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썰록
시공 장르문학의 첫 앤솔러지
한국 장르문학을 이끄는 젊은 작가들의 좀비 재담집
창립 이래 다양한 분야의 국내 장르문학을 출간해온 시공사에서 한국 장르문학을 이끄는 젊은 작가들의 오리지널 작품을 실은 앤솔러지 《좀비 썰록(說錄)》이 출간된다. 국내에서 좀비 전문가로 통하는 정명섭 작가를 비롯, 김성희, 전건우, 조영주, 차무진 작가가 참여한 본작은 단순히 단편소설을 모은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우리의 아름다운 고전에 좀비를 접목하여 현실을 비틀고 투영한다’는 기획 아래 원전이 되는 작품을 선정하여 새로이 쓴 것이다. 신인작가부터 기성작가, 좀비라는 장르적 코드가 익숙한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가 혼재되어 써내려간 《좀비 썰록》은 작가들의 다양한 성향만큼이나 다양한 재미로 채워져 있다.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주최하는 북투필름에 선정되어 가능성을 인정받은 김성희 작가는 젊은 감각으로 <관동별곡>을 <관동행>으로 비틀어 예측 못 한 해학과 웃음을 선사한다. 공포 미스터리 《밤의 이야기꾼들》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전건우 작가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버지>는 누구나 아는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충실히 따르는 듯하다가 파격적인 전개로 진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장르문학을 뛰어넘어 인문서 및 청소년 문학에서도 활약 중인 정명섭 작가는 <만복사 저포기>를 정통한 좀비물 <만복사 좀비기>로 다시 써 반전과 감동을 준다. 기존 좀비와는 조금 다른 존재가 등장하는 <운수 좋은 날>을 쓴 조영주 작가는 세계문학상 외 다양한 문학상을 받은 이력처럼, 장르에 살짝 발을 걸치면서도 재미를 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시체라는 섬뜩한 설정에도 원전의 서정성을 놀랍도록 그대로 간직한 <피, 소나기>는, 팩션 스릴러《해인》으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차무진 작가의 전작과 결을 달리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또 하나의 ‘소나기’로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