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카트린
“엄마가 동물이라면 아마도 늑대일 거야. 엄마 늑대는 새끼를 끝까지 보호하니까.“
모성신화 판타지를 해체하고 인간의 민낯을 드러낸 지금 가장 뜨거운 여성 작가
비올렌 위스망이 전하는 엄마, 그 불완전한 존재에 대하여
프랑수아즈 사강을 기리며 그해 가장 아름다운 소설을 뽑는 프랑수아즈 사강 상과 참신하고 재치 있는 문학작품을 선정해 수상하는 마리끌레르 문학상을 동시에 받은 작가가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뜨거운 여성 작가로 자리 잡은 비올렌 위스망이다. 그의 데뷔작 《나의 카트린》은 엄마에게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돌려주기 위한 딸의 대담하고도 아름다운 기록을 담았다. ‘어머니’라는 보편적 주제에 작가 개인의 기억을 담아 이야기의 힘을 증폭시킨 이 자전소설은 출간 즉시 1만 부가 넘게 판매되면서 거대한 스타 작가의 출현을 알렸다.
비올렌 위스망은 자신이 직접 딸의 시선에서 엄마 카트린의 삶을 반추하면서, 신격화된 모성신화에 도전한다. 카트린도 엄마이기 전에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인간이었음을, 그리고 엄마가 되었다고 갑자기 신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자 함이다. 이 소설은 완벽한 어머니를 향한 찬가가 아니다. 상처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여성, 단 한 순간도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여성의 목소리를 있는 힘껏 외치는 투쟁의 이야기다. 이는 삶이라는 여정을 항해하는 여성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작품이 될 것이다.
끝없는 균열 속에서도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의 여왕, 나의 엄마, 나의 카트린!
영원히 증오하면서도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관계
엄마와 딸,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가장 특별한 방식
카트린은 흔히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어머니상과는 거리가 먼 엄마다. 결혼과 출산 때문에 발레리나의 꿈을 박탈당했다고 믿으며, 그 보상을 위해 평생 술과 약과 온갖 쾌락에 취해 산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존재를 버거워하면서도 결코 부정하지는 않는다. 두 발로 간신히 버티며 딸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독자들은 카트린을 여왕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비올렌은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서 카트린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모녀는 이 과정을 통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강간으로 태어난 카트린은 사랑보다 무관심과 폭력에 더 익숙한 아이로 자라났고, 자신에게 애정결핍과 트라우마를 남긴 엄마 엄마 자클린을 평생 증오하지만, 그의 죽음 앞에서 결국 엄마를 용서한다. 이 구조는 자신과 딸들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를 잠시 외면하고자 했던 자클린을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했던 카트린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자클린과 카트린은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엄마의 삶을 살았다. 자신의 방식대로 딸을 지켰고, 사랑했다. 비올렌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당신들은 이미 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무언가를 더 증명해 보일 필요가 전혀 없다고.
작가는 이 소설을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향해 바치는 애절하고 아름다운 오마주라고 말한다. 모성신화의 판타지를 깨부수고, 어머니가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 보고자 하는 비올렌 위스망의 대담하고 용기 있는 시도는 오랫동안 독자들의 곁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