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0년, 내일을 상상케 하는 눈부신 터닝 포인트!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눈부신 성취를 보여준 일곱 편의 작품에 수여하는 젊은작가상. 지난 10년간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굳건한 신뢰를 쌓아온 이 상이 2020년대로 진입한 첫해 새로이 호명한 수상자는 강화길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이다. 다시 한번 젊은작가상을 거머쥔 작가들의 탄탄한 행보와 낯선 기대를 품게 하는 신예 작가들의 신선한 기운이 한 권의 책 속에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제1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은 가부장제하에서 모든 갈등을 간파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아내의 삶을 아무것도 모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남편과 날렵하게 대비하며 전 세대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거대한 구조를 들춰낸 강화길의 「음복(飮福)」이다. 방황 끝에 꿈을 좇아 대학으로 돌아온 화자가 단단한 관점과 다정한 배려를 보여준 선배 여성 강사와 만나고 헤어졌던 애틋한 시절을 복원해내면서 때로 연한 빛처럼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여성 간의 유대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둘러싸고 뜨겁게 요청되어온 여성의 재생산권에 관한 고찰을 여러 여성들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풀어낸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등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강화길
「음복(飮福)」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_권여선(소설가)
나는 늘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부디 너를 위해 이것만큼은 내가 진짜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 그래서 나는 그날 대답했던 거야. 이것이 너의 드라마, 복(福)이 되길 바라며.(『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
■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소설 『다른 사람』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2017년 젊은작가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힘겹게 통과한 청춘의 시간은 곧 욕망과 상처와 죄의식과 분노, 고통의 연대의식, 수치심 들이 온 힘을 다해 살아낸 시간이며 그 아픔과 슬픔과 부끄러움들이 바로 빛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혼탁하고 무기력한 현실을 강한 환기력으로 흔들어 다시금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인간으로서의 예의와 품격을 지켜나가게 한다는 것을 단정하고 예민하고 뜨거운 글쓰기로 보여주고 있다. _오정희(소설가)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릿터』 2019년 2/3월호)
■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2014년, 2017년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 김봉곤
「그런 생활」 나는 김봉곤의 어떤 소설보다 이 소설이 좋았다. 정말 우리의 삶이 쇠사슬에 매인 것 같고 곳곳에서 쇠사슬 소리 사무치고 허공에 쇳내 가득한 난장판이라 해도, 이 소설은 그 사슬 마디마디에 하나하나 기름을 치고 빛을 비추고 그 비루한 반짝임에서 어떤 의연함을 길러낸다. _권여선(소설가)
꿈인지 생각인지 혼미한 문장-풍경 사이로 여름을 예비하는 작은 잎들이 내 눈앞에서 세차게 흔들렸다. 나는 여름의 춤, 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어쩌면 이것이 이 소설의 제목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제목은 그런 생활이 될 것이며, 그건 내가 바로 그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문학과사회』 2019년 여름호)
■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여름, 스피드』가 있다.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 :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후의 뜨거운 논쟁들을 섬세하고 엄정한 시선과 감수성으로 갈무리해낸 소설이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이 모성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 있다. 삶의 층위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간단히 처리하지 않은 균형감도 돋보였다. _전성태(소설가)
당신이 없는 지금 이곳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동생 해수가 나와 함께 정동길을 걸으며 서로가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때와 다름없이, 우리가 나란히 각자의 두 발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문학동네』 2019년 겨울호)
■ 2017년 단편소설 「참(站)」으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저자 : 김초엽
「인지 공간」 한 개인을 세계에서 지워버리는 무신경함이 곧 우주의 무한함을 감각하지 못하는 무지함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를 기이한 전율에 잠기게 한다. 세계가 깜박할 만큼 작고 사소한 존재에게 온 우주의 무게를 실어 그 존재 증명을 해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걸 김초엽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알려준다. _강지희(문학평론가)
공동체의 미덕은 잊고 보내주는 것이었다. 한정된 인지 공간에 세계의 모든 기억을 남길 수는 없었다. 기록되는 것은 짧은 생을 살다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변하는 것, 자연적인 것, 법칙과 이치들이어야 했다. 이브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는 인지 공간을 떠나야 했다.(『오늘의 SF』 2019년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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