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여성들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작되는
지독하고 아름다운 고딕 스릴러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강화길의 두번째 소설집『화이트 호스』. 작가는 긴장감 넘치는 서사 속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폭력의 문제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다른 누구도 아닌 강화길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제 강화길은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만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성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를 파헤친다. 마치 유령처럼 설핏 드러났다가 모습을 감추는 이러한 구조를 강화길의 인물들이 감지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서스펜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 「화이트 호스White Horse」에서 강화길은 여성을 구속하는 말들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겠다는 작가로서의 다짐을 드러낸다. ‘백마 탄 왕자’를 연상시키는 이 단편의 제목은 G. K. 체스터턴의 시집에 등장하는 시어이자, 밥 딜런과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음악에 활용한 상징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강화길 소설에 이르러서는 어떤 의미로 변모할까.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자기 갱신한 끝에 한국 여성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가 된 강화길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는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