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2020)
“‘소설’ 장르가 아니고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자리”
한국문학의 심층에 가닿는 가장 확실한 여정『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가는 김금희, 은희경, 권여선, 황정은, 정한아, 최은미, 기준영이다.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문학적 성과를 이뤄오며 한국문학의 중추가 된 이들 중 “‘소설’ 장르가 아니고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자리라고 판단”(신수정)된 김금희 작가에게 대상의 영예가 주어졌다. 대상인 김금희 작가와 함께 권여선, 황정은, 최은미 작가는 작년에 이어 다시 김승옥문학상에 이름을 남기며 관록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김승옥문학상은 해를 거듭하며 한국문학의 중후하면서도 예리한 성취를 온전히 기록하는 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문학이 도달한 지금이 궁금한 독자에겐 한국문학의 가장 깊은 곳과 가장 높은 곳을 함께 탐사하는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대상 수상작인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이 건조하고 까칠한 세상에서 아직도 연애소설이 가능하다고 설득해주는 정치한 작품”(김화영)으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수구 변태’로 변절한 뒤 돌연 행방불명된 ‘기오성’과 “사랑이 발생”했다고 믿었던 한 시절을 회고하는 성장담이다. 은희경의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정규직 전환이 좌절된 ‘승아’가 뉴욕에서 누구라도 부러워할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민영’에게로 여행을 떠나지만, 민영의 인스타그램에서 본 삶과 판연히 다른 삶을 맞닥뜨리며 발생하는 갈등을 둘 모두의 시점에서 풀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