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1955년 미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작품상 에드거 상 수상작인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의 여섯 번째 권으로, 대실 해미트의 「몰타의 매」, 로스 맥도널드의 「움직이는 표적」과 함께 하드보일드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백발의 남자 테리 레녹스에게 작은 호의를 베푼 것이 인연이 되어 흉금을 터놓는 친구가 된 말로. 그러나 어딘지 불길한 말로의 예감대로 레녹스는 억만장자의 딸인 아내가 살해당했다며, 자신의 도피를 도와달라고 찾아오고, 말로는 레녹스를 돕는다. 범죄 현장과 도피 과정에서 말로가 사건에 연루되었음을 확인한 경찰에 연행되어 모욕적인 취조를 당하고 감옥에 차박혀 있는 동안 사건은 돌연 종결되고 언론은 입을 다문다. 레녹스가 멕시코에서 자살했다는 것. 그러나 며칠 후 레녹스가 멕시코에서 편지를 보내오는데….
초기의 '필립 말로 시리즈'가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두뇌 회전이 빠른 청년탐정 말로의 터프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재미가 있다면, 이 작품에는 마흔 두 살에 이른 - 세상을 움직이는 권력을 심각하게 의식하고 그와 관련된 '변해버린 세상'을 이야기하고 '변질된 감정'을 연기하는 - 말로를 통해 냉혹한 현실 인식과 염세주의적 미학을 완성하는 데서 오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