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의 묘
권력을 잡기 위한 두 세력의 싸움에 휘말린 형제의 운명!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의 저자 전민식의 장편소설 『9일의 묘』. 개를 산책시켜주는 남자, 종을 만드는 장인, 한남자의 일상을 감시하고 기록해야 하는 비밀요원 등 다양한 직업과 소재를 다뤘던 저자가 이번에는 풍수사를 선택했다. 땅과 물 그리고 바람의 길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읽어내는 풍수사들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권력에 의해 배척되거나 이용되어왔다는 가정 아래 쓰인 소설로, 한국 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긴박했던 시간인 1979년 10월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통령의 죽음 직후 치러진 9일간의 장례 기간, 갑작스러운 권력의 공백을 차지하려는 자들의 암투가 벌어지기도 한 그 시간을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논리인 ‘풍수’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채워간다.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통해 운명에 대한 질문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979년 10월. 한 무리의 남자들이 도굴을 시도한다. 무덤 속에 감춰져 있다는 황금두상을 찾고자 하던 그들의 행각은 마을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그 중 한 사람은 붙잡히고 만다. 그의 이름은 도학. 당대 최고의 풍수사였지만 현재 자취를 감춘 황창오의 양아들인 그는 군인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는다. 무사히 도망친 황창오의 친아들인 중범은 암장을 해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암장이란 명당에 묻혀 있는 시신을 파내고, 그 자리에 다른 시신을 묻는 일이다.
때마침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자 마음에 걸리지만 가릴 처지가 아닌 중범은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제안을 수락한다. 한밤중에 암장을 진행하는 중범 일행은 일군의 군인들에게 발각된다. 총격전 끝에 붙잡힌 중범의 눈에 도학이 들어온다. 대통령 가문의 묘 자리를 점지하고 자취를 감춰버린 명 풍수사, 그리고 그 두 아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