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대할 때 독자들이 받는 느낌은 여러 가지로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어색함이 앞설 것이다
숨가쁘게 변화 발전해 가는 오늘날에 2천여 년 전의 신화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하고 의문이 먼저 생기는 것도 일면 타당하다.
신화는 우리에게 재산증식의 방법이라든가,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데 기여하지는 못한다. 그러한 것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고전(古典)에서가 아니라 처세에 관한 서적에서 찾아야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러면 신화는 오늘의 우리들 삶과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 것일까. 신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의의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즉 폭넓고 풍부한 인생, 성숙한 인간으로의 도약의 길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그것은 문학이 갖고 있는 본래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다른 문학서와 다른 특별함은 2천여 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그 당시의 삶, 풍속, 사회 관계의 단면들을 볼 수 있고, 그것들로 인해 인류 역사 전체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한 권을 읽고 역사 전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시각을 얻는다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총체적인 시각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역사적 인식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신화는 오늘의 시, 소설의 시원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 개별 작품에 대한 이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문학이라는 분야 자체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감상의 내용을 튼튼하게 해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려면 신화가 어떻게 하여 생겨났는가에서부터 출발하여, 당시의 시대 상황, 사회적 제관계 등을 알아야 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가 언제부터 책으로 묶어졌으며 얼마나 윤색되고 첨가되었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파악하는 일은 문학사를 깊이있게 파고들어가야만이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의 중심을 따라 개괄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성립은 그리스 민족 고유의 신화를 중심으로 선주민족과 이웃 민족의 신화를 종합하여 이루어진 것인데, 오랜 세월 소장과 변천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그러므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화의 발전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민족의 신화가 초자연적인 요소를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로마 신화는 그리스 신화의 발전 선상에 있다 - 역시 초자연적인 요소가 많이 눈에 띄며, 그 내용 또한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신화의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든 아니면 상상 속에서 발현된 것이든, 그 속에는 많은 암시와 시사가 포함되어 있다. 즉 당대의 인사, 자연, 문화 일반을 나타내고 있다.
또 신화의 모든 것이 그리스인 특유의 미화작용에 의하여 인간화되어 있으며, 여러 가지 불일치나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커다란 특징이다.
신화의 대부분 내용은 신들의 자손인 영웅들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귀에 익은 인물인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아가멤논, 오디세우스 등의 무용담이 골자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수많은 민간전승의 이야기, 종교적인 유래를 담고 있는 설화 등이 첨가되어 있다.
신화의 성립과 내용의 설명을 통해 이해했듯이 신화란 단순히 신들의 계보나 영웅들의 공적만을 전하고 있지는 않다. 거기에서는 변형, 윤색 등 끊임없이 수정을 가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명부의 왕 히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이야기는 신이 사계절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또 인간을 다룬 신화로서 유명한 오이디푸스 전설처럼 복잡한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설명한 것도 있다. 이와 같이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차차 확장되고 발전하여 전설상 일련의 계보나 그룹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는 신화 본류의 내용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단순한 에피소드에 불과한 이야기도 있어 이 이야기를 윤색하는 작용을 하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게 한다.
이상의 설명으로 신화가 어떻게 생성이 되었고, 또 어떻게 하여 오늘날의 신화로 발전해 왔는가, 신화의 내용과 구성은 어떠한가에 대해 대략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역사의 발전 과정과 더불어 변화하고 충실해진 신화를 오늘날 우리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 것은 토마스 불핀치에 의해서이다.
이 작품은 1885년 보스턴에서 『신화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같은 해 출판된 휘트먼의 『풀잎』과 더불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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