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SF적 요소를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끌어들여 대담하게 전개한 드라마!
현대의 거의 모든 SF 소설과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존재, 로봇. 철이나 특수 재질로 만들어지고 인간은 아니며 어딘가 감정이나 행동이 경직되고 어색한 인조물이라는 로봇 이미지의 원형이 된 작품은 바로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봇』이다.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20세기, 21세기 SF 문학에서 나타난 로봇이 진화 과정과 다양한 주제들을 모두 담고 있으며 실제 과학의 발전 양항을 예언하듯 보여주는 이 작품은 1920년 가을에 출판되어 1921년에 프라하 국민극장에서 초연되었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기계화되어 가는 현대 문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저항 정신을 지니고 살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사람들로 빽빽한 전차를 타고 가다가 불편하게 서로 부대끼면서도 무표정한 승객들을 보며 로봇을 떠올리게 되었다. 일만 하고 생각은 하지 않게 된 존재들, 비인간화되어 가는 기계문명 속에서 생산의 효율과 능률만을 따지게 된 인간들과 자신들이 만들었던 기계문명에 결국 자신들이 휘둘리고 끌려가는 사회를 그리기 시작했다. ‘로봇(robot)’이라는 단어를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따왔다는 점에서 우리는 저자가 로봇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떤 모습을 투영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과학자 로숨이 만들어낸 인조인간 제조 공식과 그의 아들 로숨이 만든 생산 공정에 따라 로봇을 대량생산하는 회사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 인권연맹 회원으로 로봇을 해방시키려는 목적을 품고 찾아온 헬레나는 로봇 제작의 비밀이라 할 수 있는 로숨의 친필 원고를 태워버린다. 그러던 중 제조 과정의 실수로 사람처럼 감정을 갖게 된 로봇들이 동료 로봇들을 선동하고 지휘하여 반란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로봇 제작의 비밀이 담긴 로숨의 친필 원고로 로봇과 협상하려 하지만, 원고는 이미 불타고 없다. 결국 모든 사람들은 로봇과 맞서 항전하다 죽고, 로봇들은 기술의 진보에 대해 회의적이던 건축가 알퀴스트만을 살려두는데…….
저자소개
저자 : 카렐 차페크
저자 카렐 차페크(1890~1938)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오늘날 보통명사가 된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탄생시킨 희곡 『R.U.R. :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1920)으로 유명하다. 1890년 1월 9일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북동 지역인 말레 스보토뇨비체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형 요제프 차페크(1887~1945, 이 책에 실린 삽화를 그린 화가이자 ‘로봇’이라는 말을 카렐에게 제안한 장본인)와 각별한 형제애를 나눴고, 평생 동안 여러 희곡과 단편들을 공동으로 창작하기도 했다. 카렐 차페크는 1917년부터 《민중신문》 등의 신문사에 다니면서 소설, 희곡, 신문 기사, 수필, 동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작품을 썼다.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평생도록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에 동참했고 인간 개인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데 주목했다. 차페크 문학의 중심 주제가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인한 폐해와 파시즘에 대한 치열한 고발, 그리고 모순적이고 부조리한 존재인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928년, 체코의 《민중신문》(Lidov?noviny)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던 카렐 차페크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을 신문에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온갖 종류의 희한한 미스터리를 담은 그 소설들이 바로 『오른쪽 ─ 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 소설들은 그 이듬해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고, 차페크는 이 작품을 통해 미스터리를 철학의 지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금껏 어떤 미스터리 작가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또한 차페크의 뛰어난 상상력과 독창성은 1920년에 쓴 『로봇』(R.U.R. :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기념비적인 희곡 작품을 통해 발휘되었다. 오늘날 고유명사가 된 ‘로봇’이라는 말이 시작된 작품으로 유명한데, 연극으로 공연되었을 때 전 유럽과 서구 사회가 충격의 도가니에 빠질 정도로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현대의 거의 모든 SF 소설과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중심 존재인 로봇의 오리지널 모델을 보여주면서, 인간과 노동, 기계와 인조인간, 현대사회와 대량생산, 그리고 생과 신의 문제까지 미래 사회에 대한 묵시록적 예언과 묘사가 탁월하게 펼쳐진 작품이다. 대표작으로는 철학소설 3부작 『호르두발』, 『유성』, 『평범한 인생』과 『도룡뇽과의 전쟁』, 희곡 『로봇』(R.U.R. :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등이 있다.
역자 :
역자 김희숙은 연세대학교 노어노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뒤 박사과정에서 공부했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슬라브어권 문학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역서로는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 『잘 쓰려고 하지 마라』, 『똘레랑스』, 『나이 조절 타임머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