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예술과 사랑, 역사와 지식의 숨막히는 퍼즐게임!
조선 화단의 혁신적 화풍을 이끈 두 천재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삶과 예술을 그린 이정명 최신 장편소설 『바람의 화원』제2권 완결편. 궁중화원으로 활동하며 당대에 이름을 떨친 김홍도에 비해 신윤복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회화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도화서 화원이었으나, 속화를 즐겨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단 두 줄의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는 두 천재 화가의 만남과 이별, 대결을 빠른 속도감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18세기 후기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도화서 생도청, 육조거리 대장간과 종이공장, 골목길과 우물가의 여인들, 시전거리와 빨래터, 그림 애호가들의 그림 수집과 대결 등 조선 사람들의 일상과 숨결까지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또한, 스승과 제자이자, 서로 경쟁하는 두 천재화원의 예술과 삶, 왕실과 조정을 둘러싼 고위층의 음모와 그림을 매개로 진실을 쫓는 두 천재화원의 숨막히는 추적이 펼쳐진다.
이 책은 <뿌리 깊은 나무>의 작가, 이정명의 최신작으로, 역사와 예술 작품을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킨 예술소설이다. 그림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던 신윤복, 최고의 화원이었으나 제자인 윤복과의 만남으로 흔들리는 김홍도, 부친인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슬픔을 간직한 젊은 왕 정조, 부와 권력에의 야심을 가진 고위층의 암투와 음모,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껴안고 사는 기생 정향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생생한 삶이 펼쳐진다.
▶ 신윤복과 김홍도의 오리지널 컬러 도판 34점 수록!
혜원전신첩(국보 135호, 간송미술관 소장)에 실린 신윤복의 풍속화 22점과 단원풍속도첩(보물 527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수록된 10점의 오리지널 컬러 도판을 수록하였다. 모든 그림은 소장 박물관의 사용 허가를 받은 우수한 화질의 오리지널 도판을 실었으며, 김홍도와 신윤복의 대표적인 풍속화로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히 엿볼 수 있다.
저자소개
지은이 | 이정명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2006년 한글 창제를 둘러싼 집현전 학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뿌리 깊은 나무』로 한국형 팩션의 새로운 장을 열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소설 『뿌리 깊은 나무』는 2006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아침독서운동본부 추천도서로 선정되며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서 뉴웨이브 문학의 기수가 되었다.
소설 『바람의 화원』은 1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한층 견고해진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화단을 이끈 두 명의 천재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을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품으로 『천년 후에』(1999), 『해바라기』(2001), 『마지막 소풍』(2002) 등이 있다.
목차
사화서
홍도_ "천하의 재능을 쓸 데가 없어 이렇게 속된 그림을 그리느냐. 뇌물과 향응이 오가고
오입질이 횡행하는 더러운 풍경을 말이다."
윤복_ "이 장면은 일부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기막힌 그림소재입니다. 어떤 양반이
그림쟁이 앞에서 기생년의 치마를 들추고 샅을 까겠으며, 어떤 양반이 은밀한 향연이 벌어지는
자신의 후원을 그림쟁이에게 내보이겠습니다."
비밀의 그림
홍도_ "빛이 있어 그림자가 있으나 빛은 실체를 왜곡시킬 뿐이다. 형상에 따라 왜곡되는 실체를
어찌 실체라 하겠느냐."
윤복_ "왜곡된 형상 또한 실체의 한 변형입니다. 실체가 없다면 왜곡 또한 일어나지 않겠지요.
그러므로 왜곡된 형상을 좇으면 실체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달빛의 연인
윤복_ "색이 난잡하다는 것이 곧 색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증거입니다. 색이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애통하게 하는 스산하게 하지 않는다면, 평상심과 중용의 도를 하늘같이
떠받드는 선비들이 그토록 극렬하게 색의 사용을 금할 이유가 없겠지요
홍도_ "너의 그림에는 늘 여인들이 등장했고, 여인들은 웃고 울며 슬퍼하고 즐거워했다.
우물가에서 빨래터에서 기방에서 여인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삶을 즐겼지.
지금껏 어떤 화인도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지는 못했다."
그림의 얼굴
윤복_ "그림으로 글씨를 삼아 뜻을 전하는 방법…… 그런 방법이 있다면 모든 그림은 다른 방식으로
읽히겠군요.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뜻이 숨어 있겠지요."
홍도_ "우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놈이 모르는 사이에 놈을 일격에 쓰러뜨릴 그런 방법."
김조년_ "이 싸움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나의 감식안과 나의 예술적 조예로
이겨야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 걸어온 싸움이니 이기는 수밖에."
마지막 그림 대결
김조년_ "이기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칼을 들고 피를 튀기는 것도 아니고 땀냄새로 얼룩진
몸으로 힘을 겨루는 것도 아니다. 힘의 대결도, 기예의 대결도, 지력의 대결도 따르지 못할
궁극적인 혼과 혼의 싸움이 아니더냐."
윤복_ "인간은 늘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뛰어오르려 하고, 건널 수 없는 강에 몸을 던지려 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꿈꾸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그곳에 손이 닿고, 그 강을 건너고, 그것을 가진다면
가슴속에 들끓던 불덩이는 곧 재가 되고 말겠지요?"
홍도_ "그저 아름다운 그림이라면 그리는 화인이 많고, 그저 뛰어난 그림을 그리는 화인은 별처럼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조선을 아껴 후대의 후대에 어떤 천재화인을 내어도 이 같은 걸작을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에필로그
그녀는 바람의 화원이었다. 바람처럼 소리없고, 바람처럼 서늘하며, 바람처럼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바람을 찾아 떠나는 그 길을 나는 차마 나설 수 없었다. 평생을
그녀가 남긴 그림을 마주보며 나는 늙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