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와 사랑>으로 알려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독일의 서정시인이자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다. 헤르만 헤세가 53세 때 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지식인과 예술가에 관한 사유를 충실하게 보여 주는 작품으로, 골드문트와 나르치스라는 두 인물을 통해 이성의 대립과 선악의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수도원장으로 냉철한 철학자인 나르치스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여 사랑을 탐닉하는 예술가인 골트문트가 교감하고 갈등하면서 영혼의 충만함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골드문트의 성장 일대기로 이뤄졌다. 유년 시절 뛰어난 젊은 학자인 나르치스의 조언 덕분에 자신을 자각하게 된 소년 골드문트의 이야기가 첫 5장을 구성하고 있다. 중간의 10장은 여행을 하면서 골드문트가 여자를 알고 수도원을 떠나 애욕의 편력을 계속하면서 조각 수업을 하는 시기로 설정한다. 이때 골드문트는 전혀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진정한 예술가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 골드문트는 부조리한 속세와 조화로운 수도원 사이의 간극을 느끼면서 세상을 대면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깊이 깨우친다. 예술가가 된 골드문트는 신앙과 이성의 신봉자인 나르치스의 세계에 균열을 가하고 둘은 서로의 장점을 균형 있게 수용하게 된다.
어렸을 적 수도원에서 보여준 순수한 모습의 어린 골드문트가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고 세상을 여행하여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는다는 서사 골격에서, 독자는 고전적으로 품격 있는 여행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로드 무비의 걸작을 소설로 옮겼을 때 이러지 않을까 하는 좋은 예시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떠올릴 만큼 여행자 골드문트의 변화하는 모습과 사건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만큼 서사의 흐름이 독자가 편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골드문트의 사유 그리고 나르치스와 같은 인물들과 대화할 때 엿보이는 날카로운 인식을 읽어가면서 독서의 즐거움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끝에 이르렀을 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는 두 인물 유형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욕망과 관능적인 사랑의 편력을 그리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태도와 우정에서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을 배울 수 있다.
저자소개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7.2~1962.8.9]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전통적인 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헤세는 4세부터 9세까지 대부분 칼프에서 지냈으며, 나중에 이 거리를 '겔바스아우'란 이름으로 묘사하였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어려운 주(州) 시험을 돌파하여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천성적인 자연아(自然兒)였던 헤세는 개성에 눈뜨면서 미래의 시인을 꿈꾸었다. 결국 신학교의 속박된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탈주, 한때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하였다. 노이로제가 회복된 후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1년도 못 되어 퇴학하고, 서점의 견습점원이 되었다. 그 후 한동안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병든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칼프의 시계공장에서 3년간 시계 톱니바퀴를 닦으면서 문학수업을 시작하였다. 1895년 가을 튀빙겐의 서점에서 다시 견습점원이 되는 한편, 여가에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 처녀시집 <낭만적인 노래 Romantische Lieder>(1899)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 Eine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판하여 세상의 인정을 받았다. 특히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로 문학적 지위를 다지게 된다.
주요작품으로 장편소설 <수레바퀴 밑에서 Unterm Rad>(1906), 음악가소설 <게르트루트 Gertrud>(1910), 화가소설 <로스할데Rosshalde>(1914),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크눌프Knulp>(1915), 정신분석 연구로 자기탐구의 길을 개척한 대표작 <데미안 Demian>(1919), 주인공이 불교적인 절대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싯다르타 Siddhartha>(1922), 제1차 세계대전 후의 혼돈시대를 살아온 탐구의 서 <황야의 늑대 Der Steppenwolf>(1927), 신학자로서 지성(知性)의 세계에 사는 나르치스와, 여성을 알고 애욕에 눈이 어두워진 골트문트와의 우정의 역사를 다룬 <나르치스와 골트문트Narziss und Goldmund>(1930)가 있다. 또한 1946년에는 <유리알유희 Das Glasperlenspiel>(1943)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밖에 <헤세와 로맹롤랑의 왕복서한>(1954) 등을 비롯하여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수상(隨想)?서한집 등 다수의 간행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