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878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런던매거진》에 연재된 단편소설 3편으로 구성된 중편소설 『자살클럽』은 스티븐슨 특유의 기질과 문체를 유감없이 예증하는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살클럽』은 스티븐슨 특유의 기질과 문체, 그의 내밀한 정신과 모험적 체험들, 향후 그가 창작할 작품들의 밑그림들까지 집약된 최초의 완성작으로 평가될 수 있다.
주인공은 모험을 즐기는 보헤미아의 왕자 플로리즐과 그의 슬기롭고 충직한 부하 제럴딘 대령이다. 평소처럼 즐거운 모험꺼리를 찾아 런던의 길거리로 나선 왕자와 대령이 갑자기 내리는 진눈개비를 피해 들어간 선술집에서 ‘크림파이를 공짜로 나눠주는 한 청년’과 조우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 청년은 왕자와 대령을 자살클럽이라는 일종의 비밀단체로 유인한다. 그 단체에서 은연중에 풍기는 사악하고 음흉한 기운을 감지하고 참을 수 없는 호기심과 모험심에 사로잡힌 왕자는 위험을 직감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령의 만류를 무릅쓰고 자살클럽의 비밀회합에 동참한다. 그때부터 자살클럽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왕자와 대령의 놀라운 모험과 추리가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저자소개
저자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894)은 1850년 11월 13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등대건축기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스티븐슨이 타고난 병약한 체질은 오히려 그에게 활동적이고 모험적인 삶을 향한 열망을 심어주었다. 그런 열망은 여행을 즐기고 문학을 꿈꾸는 청년으로 스티븐슨을 성장시켰다. 아들도 등대건축기사가 되어 가업을 잇기를 바라던 부친의 바람대로 1867년 에든버러 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했지만 금세 공부에 흥미를 잃고 구세대 중류계층의 종교, 위선, 악습을 거부하는 보헤미안으로 자처하며 자유분방하게 지냈다. 그러다가 변호사자격증을 따면 문학을 해도 좋다는 부친의 조건부 제안을 받은 스티븐슨은 1871년 같은 대학교 법학과로 전과하여 법학을 ‘억지로’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그런 ‘억지공부’를 하다가도 건강이 악화되면 유럽 남부를 포함한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건강을 다스렸고 여러 문학인들 및 예술인들과도 교유했다. 그런 여행들은 특히 스티븐슨의 문학에 풍부하고 귀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1875년 스티븐슨은 변호사자격증을 땄지만 변호사로 활동하지 않고 여행과 문학에 본격적으로 몰두했다. 1876년 9월 프랑스 파리 남동부의 강변마을 그레쉬르루앙에서 열 살 연상의 미국여성 패니 오스번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1878년 오스번은 미국으로 돌아갔고, 1879년 그녀를 만나려고 미국여행을 결행한 스티븐슨은 힘겨운 여정을 감내한 끝에 1880년 오스번과 결혼했다. 1878년은 특히 첫 여행기 『내륙항행』을 출간했고, 「삼중갑옷」이라는 걸출한 에세이를 발표했으며, 특유의 강인하고 합리적인 낙관주의와 경쾌한 문체를 본격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중편모험추리소설 『자살클럽』을 비롯한 중단편소설들을 문학잡지에 연재함으로써 스티븐슨의 문학이 전성기로 접어든 의미심장한 해였다. 이후 1887년까지 오스번과 의붓아들과 함께 스위스, 프랑스, 잉글랜드, 미국을 여행하며 집필을 병행한 스티븐슨은 최대인기를 얻은 『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유괴된 소년』 같은 소설들과 독특한 에세이들, 시집, 여행기들도 발표했다. 1888년 스티븐슨은 재차 악화된 건강을 다스리기 위해 가족과 함께 전세로 빌린 요트를 타고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여행했다. 1890년 10월 자신의 체질에 가장 적합하게 여겨진 사모아 제도의 우폴루 섬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스티븐슨은 그 섬의 호젓한 마을 ‘바일리마’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동안 의붓아들 로이드와 함께 『난파선 약탈자』와 『썰물』같은 장편소설들도 집필했다. 1892년 12월 4일 급성뇌출혈로 사망한 스티븐슨은 바일리마 자택 뒷산의 꼭대기에 묻혔다.
역자 : 김성균
역자 김성균은 숭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헤겔의 변증법적 이성과 인정투쟁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서구 자본주의 욕망에 대한 제3세계의 강박적 욕망과 그 전망」 같은 논문들을 썼고,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 그래서 누가 더 많이 돌았는가?」,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왜 쓸쓸했는가?」, 「적대적 비판에 대한 고독한 냉소」 같은 메타비평들을 썼으며, 『유한계급론』, 『낯선 육체』, 『자유주의의 본질』, 『테네시 윌리엄스』, 『바바리안의 유럽침략』, 『군중심리』, 『군중행동』, 『니체 자서전: 나의 여동생과 나』,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은 공동체』 같은 책들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