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일어판)
▶ 내용 소개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 작가,
호리 다쓰오가 그린 순애보 소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의 모티프 작품인 《바람이 분다》가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의 35번째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도 알려진 이 소설은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가슴 아픈 순애보를 담고 있다. 호리 다쓰오의 실제 연인이었던 약혼녀 야노 아야코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고, 오랫동안 서로의 곁에 머물고 싶었기에 병을 극복하고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은 그의 아픈 연인 세쓰코를 돌보며 소중한 나날을 보낸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애써 밝게 살아가려 하는 세쓰코를 지켜보면서 죽음을 마주한 연인과의 마지막 시간을 아름다운 시절로 그려 낸다. 두 남녀가 그리는 지고지순한 사랑은 죽음과 삶 사이에 위태롭게 놓여 있지만 무엇보다 순수하고 아름답다.
누구나 과거의 기억 속에 그리움이나 기다림, 상처 한둘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랑은 지나간 상처나 추억의 편린이 아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삶이자 행복 그 자체다. 작품 속 연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연인을 떠나보낸 후 남겨진 이에게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 되새겨본다.
죽음과 삶, 그 사이에서 좇는 순수한 사랑!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세쓰코를 데리고 갈 죽음의 그림자가 늘 드리워져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그녀에 대한 사랑과 남은 시간 동안의 삶을 향한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하는 데 치중하기 보다는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나타낸다.
그중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중 한 구절로 등장인물 내면의 강한 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언어가 전달하는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나 병마와 싸워야만 하는 그녀와 주인공인 그가 꿈꾼 삶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바람’은 그녀를 데리고 가는 ‘바람’일 수도 있지만, 세쓰코와 함께한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 즉 ‘바람’이 불 때 느껴지는 그녀, 혹은 함께했던 그들의 삶 자체일 수도 있다.
호리 다쓰오가 말하고자 한 바람이 불어도 살아야 하는 이유, 살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사랑’이다. 죽음과 삶이라는 극과 극에서 주인공 ‘나’는 그렇게 사랑을 고집하며, 참된 삶이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갈구한다.
인생이란 네가 늘 그래왔듯 모든 것을 그저 다 내맡겨 버리면 돼. ……그러다 보면 미처 바라지도 못했던 것들까지 우리에게 주어질지도 모르잖아…….
_‘봄’ 중에서
내 곁에서 희미한 온기를 지닌 채 그윽한 향을 풍기는 존재, 조금 빠른 그 호흡, 내 손을 잡고 있는 그 보드라운 손, 그 미소, 그리고 또 이따금씩 나누는 평범한 대화, ─만약 이러한 것들을 지워 버린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만 같은 단순한 날들이었지만,─우리의 삶이란 것이 본디 그 요소라고 해 봤자 사실 이 정도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이토록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내가 그러한 것들을 이 여인과 함께 나누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나는 굳게 믿고 있었다.
_‘바람이 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