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꿀벌은 꽃들 중 한 꽃을 선택하여 그곳에 사뿐히 날아 앉았다. 그 꽃가루 범벅이 된 발로 꽃의 작은 암술머리에 달라붙어 있더니 이윽고 꿀벌은 그 꽃에서도 떠나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왠지 느닷없이 아이다운 잔혹한 기분이 발동하여 방금 수정을 끝낸 그 꽃을 홱 잡아 뜯었다. 그리고 꼼짝 않고 다른 꽃의 꽃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 암술머리에 눈길을 주다가 마침내 그것을 손바닥으로 뭉개버렸다.
-책 속에서-
저자소개
저자 :
호리 타츠오(堀辰雄)
1904년 12월 28일~1953년 5월 28일. 도쿄 출생. 일본의 소설가. 프랑스 문학의 심리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일본의 고전이며 왕조여류문학에도 새로운 생명을 발견해내고 그들을 융합시킴으로써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창조했다. 가루이자와 마치의 오이와케에서 투병생활을 하다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