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14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누항과 저잣거리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듣고 기록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 한 귀부인을 열렬히 사랑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에 체념한 뒤로도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사그라질 뻔했던 이 청년을 살린 것이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나를 살렸습니다.”라고 증언하는 주인공은 바로 이탈리아 문학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인 조반니 보카치오다. 그는 기록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던 속되고도 속된 이야기들에서 무엇을 발견했던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보카치오를 ‘중세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본다. 이야기의 본령은 골계미다. 바꾸어 말하면 해학과 풍자 혹은 웃음과 역설이다. 이야기에 내장된 웃음과 역설은 사람의 병증을 치유하기도 하며, 시대의 병증을 드러내고 고치는 데도 명약이 될 수 있다. 저자 구윤숙은 이러한 이야기의 본질적인 매력과 힘을 보카치오의 시선에서 재발견함과 동시에, 그것을 지금의 우리에게도 요긴한 삶의 지혜와 기예로 변환하여 선사한다. ‘아주 오래된, 웃기고 야한 이야기집’ 정도로만 기억되는 데카메론을 괄목상대하고 다시 봐도 좋을 ‘고전’으로서 안내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