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1
“MBC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대본집”
중종 14년 4월 22일, 여느 지루한 조강시간.
동지사 김안국이 파격적인 제안으로 임금의 진땀을 뺀다.
“옛날에는 여사(女史)를 두어 규문 안의 일도 전부 기록하였으니, 왕이 혼자 있을 때에도
동정과 언위를 바르게 했사옵니다. 해서 후손들이 보고 배우는 바가 많았고, 어쩌고 저쩌고...
...한마디로, ‘전하의 안방사정까지 역사에 천년만년 남기자’는 말이었다.
이에 중종은 ‘요즘 여인들은 글을 잘 몰라서..’ ‘사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핑계를 대며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날의 대화는 사관의 손으로 고스란히 기록되어,
오늘날, 왕과 신하의 밀당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사료가 되었다.
자, 여기서 발칙한 가정을 하나 해보자.
만약 그 날 중종이 흔쾌히 신하들의 청을 받아들였다면?
그래서 조선시대에 여사제도가 정착되었다면?
여사들은 사책과 붓을 들고 궁궐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여느 사관들처럼 입시를 했을
것이고...실록에는 왕과 중전의 부부싸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을 것이며...
‘사필(史筆)을 하는 계집’이란 손가락질 속에 별종 취급받던 여사들도, 차츰 조선 사회의
어엿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졌을지도,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변화가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과는 또 다른 조선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 여사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