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들이 털어놓는 내밀한 개인사.
시인과 시의 대화를 엿듣는다!
시의 시대라 불린 1980년대, 소설의 시대였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시인과 독자 사이에는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생긴 듯 하다. 그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우리'를 이야기하고 읽어내지만 여전히 소통은 더디다. 이 책은 이재훈 시인이 이미 작고한 김춘수, 오규원, 박찬 시인을 포함한 서른다섯 명의 시인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묶어낸 대담집으로, 오늘날 한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벌어진 시인과 독자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한 자리에 불러낸다.
이 책은 시인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의 시와 시론, 그리고 내밀한 개인사를 담고 있다. 인터뷰어인 이재훈 시인은 꼼꼼한 시·시인 읽기를 통해 유효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대담에 참여한 시인들은 진솔한 이야기로 그에 응한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이어지는 그들의 대화, 서른 다섯 명의 시인이 고백하는 육성은 그들의 시를 더욱 풍성하고 적확하게 읽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고 김춘수 시인은 평생의 라이벌로 여겼다는 김수영 시인과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허만하 시인은 자신만의 독특한 사유와 시론을 밝힘으로써 30년간 묵묵히 시인의 길을 걸어온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승훈 시인은 자아 탐구, 모더니즘과 해체, 그리고 선(禪)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문학 여정을 밝히고, 고 오규원 시인은 김춘수의 무의미시론과 자신의 날이미지시론을 서로 비교하며 설명하여 독자의 눈을 밝게 만든다.
이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이론서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표면적인 지식과는 다르다. 시인들은 그 동안 작품을 통해서 충분히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지나온 시간에서 쌓인 삶의 경험, 자신들의 오늘을 형성한 특별한 순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시인의 머릿속으로, 가슴속으로 들어가는 행복한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소개
1972년 강원 영월 출생. 1998년 「현대시」로 등단하여 시를 쓰기 시작했다. 국문학과 문예창작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으며, 「현대시」 부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가 있고, 그 외에 지은 책으로 『현대시와 허무의식』, 『딜레마의 시학』이 있다.
목차
의미와 무의미의 변증법을 찾아서 _ 김춘수
풍경과 실존과 시인 _ 허만하
비대상에서 선(禪)까지 _ 이승훈
‘봄비 한 주머니’ 들고 온 세상의 누이 _ 유안진
날이미지시와 무의미시 그리고 예술 _ 오규원
슬픔과 사랑이 자아내는 서정의 원리 _ 정호승
적극적 마술로 잉태한 마음사람 _ 한영옥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에 대한 명상 _ 최동호
시인, 名기타리스트 그리고 순교자 _ 원구식
황색예수 이후, 또 다른 서시(序詩)를 찾아서 _ 김정환
사과나무 아래로 귀환한 오르페우스의 꿈 _ 남진우
‘미학적 슬픔’의 참된 모습과 조우하며 _ 이사라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의 미학 _ 박찬
몸에 피는 추억, 그 보폭을 따라서 _ 이재무
고통과 즐거움이 상생하는 귓속말 _ 김명리
햇살 나리는 산모롱이에 핀 서정의 꽃 _ 서지월
수렵의 시인에서 관능의 시인까지 _ 이진영
문화에서 건져 올린 한 노동자 시인의 인간학 _ 최종천
우화등선을 꿈꾸는 호랑나비돛배를 타고 _ 고진하
숲을 설레게 하는 두 힘을 생각하며 _ 손진은
물속에서 비상하는 고래에 대하여 _ 성선경
상채기 많은 진눈깨비의 아름다움 _ 서규정
검은빛 기억을 날아다니는 새 _ 장대송
일찍이 허무를 알아 버린 푸른 낭만주의자 _ 허연
처형극장에서 세상을 보다 _ 강정
메탈 지프를 타고 노란 잠수함으로 가라앉기 _ 김태형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성찰 _ 김선태
세상의 변죽들에게 바치는 매혹의 언어 _ 김소연
투명한 착란과 자유로운 공황의 미학 _ 이수명
‘미친 누이’에게 보내는 아득하고 근사한 기다림 _ 유종인
오브제 올라타기, 혹은 감싸 안기 _ 김영남
벗겨지지 않는 시의 ‘빤쭈’ 벗기기 _ 김점용
이 달콤한 감각의 세계에서 _ 배용제
신령스런 은자의 맑고 투명한 저 힘 _ 배한봉
지금도 21C 콜로세움에서 꿈틀대는 벌레 11호 _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