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천명관이 돌아왔다.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으로 한국 문단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작품『고래』이후, 그만의 선 굵은 장편 서사를 기다려온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소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마술적 리얼리즘’의 환상적인 세계를 펼쳐 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한국적 현실의 공간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온몸으로 새겨낸 한 남자의 초상을 그렸다.
이 작품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식 근대화의 압축 성장 가운데서 평범한 개인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굴곡진 삶을 살아내는 과정을 담아냈다.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삼촌의 일대기는 70년대 영웅의 상징 ‘이소룡’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할아버지가 바깥살림을 차려서 낳은 서자로 들어와 어릴 때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성장한 삼촌에게 이소룡은 비루한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 줄 그 무엇이다. 그러나 태생부터 원조나 본류가 될 수 없었던 삼촌의 운명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소룡을 추종했으나 끝내 저 높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모방과 아류, 표절과 이미테이션, 짝퉁인생에 머물게 되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이 70년대 산업화, 80년대 군부독재과 민주화혁명, 90년대 본격 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유장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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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기도 했으며, 영화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꿈이 있어 시나리오를 들고 오랫동안 충무로의 낭인으로 떠돌았으나 사십이 될 때까지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진 마흔 즈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에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었으며,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고래』가 당선되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이 "감히 이 소설을 두고 문학동네소설상 십 년이 낳은 한 장관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한 『고래』의 '충격'에 대해, 소설가 은희경은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다"라고 했다.
또한 소설가 임철우는 "그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 속에, 보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과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아울러 담겨진다면, 머잖아 우리는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같은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막장 가족서사라 칭하는,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을 비롯하여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숨가쁘게 그려내는 『고래』등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