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인문공간의 항해 기록,
마음을 고르는 고전탐독 일지
문득,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껴졌을 때가 있는가? 선배의 조언도, 친구의 위로도, 한 잔 술로도 털어지지 않는 공허감.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기연민에 허덕이고 있을 때. 이 책에는 죽음을 꿈꾸기도 했던 지옥의 시간을 버틴 사람, 이제 다시 생의 의미를 찾아 항해를 시작한 사람의 발자취가 한 권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다시 찾는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작업이 그의 손을 통해 탄생했으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축사무소의 대표였던 저자는 어느 날 숨 쉬는 일도 힘들만큼 구석에 내몰렸다. 일을 통해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던 저자는 모든 것을 잘라내고 다시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인 '가족과 책' 을 찾아 모든 것으로부터 피난해 아주 먼 곳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그리고 독서를 방공호 삼아 숨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책을 읽으면서 철학자, 작가, 시인, 예술가, 과학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 책은 272명과의 그런 ‘대화’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 온전히 저자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서문’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그들의 언어를 빌어 자기 생각을 엮었으며, 272명의 ‘친구’들의 말에서 나온 700여개의 인용quote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인문학’과 ‘인문공간’을 구분란다. 인문학은 보통 문학, 사학, 철학을 의미하지만 인문공간은 문예, 역사, 사유를 의미한다. 그는 사회도 자연도 아닌, 인문공간의 존재를 밝힌다.
저자에게 그랬듯이, 272명의 친구와 그들의 독창적인 생각은 독자들에게 삶의 모든 순간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때로는 매서운 회초리와도 같은 조언자이며, 인생의 조타수이자, 달콤하고도 냉정한 연인이기도 할 것이다. 인문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삶을 대하는 거칠고 비뚤지만 흥미로운 지도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