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면 걸어라
『외로우면 걸어라』는 시인으로서 일가를 이룬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다. 시 전문 잡지 《현대시학》에 2년간 연재했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새로이 꾸몄다. 그 기록은 2년에 한정돼 있을지언정 일주일에 꼭 한 번은 산을 찾을 만큼 산 오르는 것을 즐기는 저자가 걸었을 수많은 길에 대한 애착과 수고로움이 이 책에 녹아 있다. 기나긴 시간 자연과 벗하며 살아온 세월과 자연을 대하는 시인으로서의 마음이 유유자적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가 들려주는 길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길 속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그의 글과 생생한 사진을 통해 정감 있게 드러난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들어낸 길, 그 주변을 두르고 있는 자연. 이 속에서 저자는 길이 곧 문화가 됨을 포착한다.
가장 오래된 옛길 문경 하늘재에 북향으로 서 있는 미륵석불에 얽힌 마의태자와 덕주공주 이야기, 걷기 좋은 흙길이 있는 문경새재, 백범 김구 선생이 마곡사 은거 시절 조국 광복을 위해 고뇌하고 울분을 삭이며 생각에 젖었다는 백범 명상길, 제주의 돌담길이 잘 보존되어 있는 제주 애월읍 하가리 등 저자가 걸었던 길을 독자는 눈으로 밟으며 인물, 역사, 자연이 어우러진 우리의 옛길을 헤아려볼 수 있다. 물 흐르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는 옛길 걷기 속에 시 한 편이 절로 떠오른다. 옛길을 지키는 이들과 옛길을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꽃과 나무, 이름 모를 풀들과 새들의 소리까지 모두 걷는 이에게 벗이 되어준 즐거운 순간을 함께 경험하며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