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크러쉬 2권
세훈은 아버지에게 있어서 ‘아들’이란 이름의 여분이었다. 그 삶에 불편함도, 불쾌함도 느끼지 않았었는데, 느끼지 않았어야 했는데. 어느 날 거짓말처럼, 원하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눈치를 살피는 것은 습관 같은 것이었다. 내 자리가 아닌 곳에 있으려고 하다보니까, 자연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걸까? 아니라고 생각되면 금방 뒤로 빠져야 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언제나 그랬다. 하지만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는 벤치, 민후의 옆에 앉아 있는 지금은 여태까지 그 어느 순간보다 마음이 편했다.
나, 그래서 이 사람한테 마음이 갔던 거구나.
세훈은 새삼스럽게 느꼈다.
“나, 당신하고 있을 때만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