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우연
주연은 그가 깨지 않게 조용조용 옷을 벗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돌아누운 그의 등을 껴안은 주연은 순간적으로 흠칫했다. 그에게서 낯선 향기가 났다. 언제나 정민이 쓰던 애프터셰이브 향이 아니었다. 마치 낯선 남자를 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아마도 그가 애프터셰이브를 바꿨나 보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감았다. 만날 때마다 성급하게 관계를 요구하던 그의 평소의 태도와는 달랐지만 이렇게 평화롭게 나란히 잠든다는 것도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했다.
둘이 막 절정의 순간이 지나고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갑자기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갑자기 누군가 그들의 방에 들어와 불을 켰다는 것에 놀란 것도 잠시, 주연은 정말 기절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지금껏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주저 없이 사랑을 나눴던 그 남자는 정민이 아니었다. 전혀 모르는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