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비밀
뇌'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쭈글쭈글하게 잡힌 주름, 아이큐나 지능, 심지어 뇌사를 떠올릴 독자도 있을 것이다.
'출퇴근 한뼘지식' 시리즈의 12번째 주제는 '뇌의 비밀'이다. 뇌는 우리 몸 대부분을 통제하고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뇌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우리의 감정을 조절한다. 책을 읽을 때, 잠을 자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과연 뇌는 무엇을 하고 반응할까? 우리가 빈둥거릴 때 뇌도 빈둥거리고 있을까? 『뇌의 비밀』은 잡생각, 스트레스, 아이큐, 심지어 오르가슴까지 뇌와 관련된 7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궁금증을 풀어준다.
'잡생각'을 다룬 섹션에서는 잠자리까지 따라오는 이런저런 잡념이 인간이 고등동물이기 때문에 가진 특별한 능력임을 알려 준다. '사장과 말단사원의 스트레스'를 다룬 섹션에서는 스트레스와 뇌의 작용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날 수 있다. '재난 앞에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을 다룬 섹션에서는 재난 영화나 드라마에서 우리를 긴장시킨 주인공들의 이상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외에도 궁금해서 뇌가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뇌의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미리보기>
사람의 뇌는 무게가 1.3kg 정도다. 몸무게의 고작 2% 수준이지만 우리가 쉬고 있을 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0%를 차지한다. 이처럼 유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기관을 ‘비싼 조직’이라고 부른다. 뇌 이외에도 심장이나 간, 대장, 소장 같은 기관이 비싼 조직이 속한다. 심장이 멈추면 죽고 소화는 수 시간에 걸쳐 일어나므로 이들 기관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 수긍이 간다. 하지만 아무 일 안 하고 멍하니 있을 때는 뇌도 쉴 텐데 왜 이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까?
마커스 레이클 교수(미국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학과)에 따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뇌 역시 심장처럼 한순간도 쉬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클 교수팀은 2001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주목할 만한 논문을 한 편 발표했다. 2012년까지 2700회가 넘게 인용된 이 논문에서 레이클 교수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에도 뇌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뇌영상만으로는 쉬고 있는지 머리를 쓰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놀랍게도 이런 명백한 사실이 1990년대 후반까지도 무시돼 왔다. 일하지 않을 때는 뇌도 쉴 거라는 ‘믿음’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레이클 교수는 이처럼 우리가 빈둥거릴 때도 열심히 활동하는 뇌의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이름 지었다. 최근에는 줄여서 디폴트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디폴트란 컴퓨터에서도 쓰이는 용어로 ‘초기’, ‘기본’이라는 의미다. 즉 어떤 시스템이 켜졌을 때 기본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다. 뇌에서 디폴트 네트워크를 이루는 부분은 안쪽 전전두엽과 바깥쪽 측두엽, 안쪽과 바깥쪽 두정엽이다. 즉 대뇌피질의 상당 부분이 빈둥거릴 때(디폴트 상태)도 서로 열심히 신호를 주고받는 셈이다.
흥미롭게도 뭔가에 집중할 때 뇌의 에너지(포도당) 소모량을 측정해보면 빈둥거릴 때보다 채 5%도 늘어나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한 뒤 허기가 느껴질 때 ‘머리를 쓰느라 뇌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생리적인 관점에서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 심장이야 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공급해야 하므로 생존하려면 쉴 수가 없다고 해도 뇌는 도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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