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평가받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소한 일상과 주변 풍경이 묻어나는 내밀한 기록
일본 근대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산문 〈유리문 안에서〉와 〈긴 봄날의 짧은 글〉을 묶었다. 〈유리문 안에서〉는 〈아사히신문〉에 39회에 걸쳐 연재한 수필이고, 〈긴 봄날의 짧은 글〉은 〈오사카 아사히신문〉 등에 게재한 25편의 소품이다. 두 작품 모두 작가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주변 풍경이 묻어나는 내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인간 나쓰메 소세키의 맨얼굴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공연장을 다니며 야담을 듣던 추억, 결코 순탄치 않았던 가족사, 기르던 개와 고양이에 얽힌 사연들, 집을 찾아오는 지인들과의 인연, 런던 유학 시절의 인상 깊은 체험담, 20세기의 문을 연 시점의 변화상……. 근대의 시공을 자유로이 오가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도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병으로 바깥출입을 자제하던 시절에는 그로 인한 병과 죽음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는데, 작가는 “어차피 우리는 스스로 꿈결에 제조한 폭탄을 제각각 품고 한 명도 남김없이 죽음이라는 먼 곳으로 담소하며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다만 어떤 것을 안고 있는지, 다른 이도 모르고 자기 자신도 모르기에 행복한 것이리라.”라고 표현하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자연적이고 고답적인 태도를 보였던 작가는 “집도 마음도 고요한 가운데 나는 유리문을 활짝 열고 조용한 봄빛에 감싸여 황홀히 글을 마무리한다. 조금 뒤 툇마루에 누워 잠깐 팔을 베고 한숨 잘 생각이다.”라며 고단했지만 행복했던 글쓰기에 마침표를 찍고 있다.
저자소개
소설가이자 평론가, 영문학자.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 작가로, 일본에서 소위 ‘국민 작가’로 불리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근대문학을 대표하며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로 일본 도쿄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생후 바로 양자로 보내졌다가 9세에 본가로 다시 돌아왔다. 청년 시절에는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의 불화가 이어졌는데 그때의 경험은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에 등장하기도 한다.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교사로 근무하던 중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으로 2년 간 유학을 떠났는데, 유학 중에 경제적인 어려움과 학문에 대한 고민 등으로 극도의 신경쇠약을 앓았다. 제1고등학교 시절에 가인(歌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를 알게 되어 문학적, 인간적으로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도쿄고등사범학교·제5고등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1896년 제5고등학교 교수 시절 나카네 교코와 결혼 했으나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보냈고, 1900년 일본 문부성 제1회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에서 유학했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예민하고 우울한 자아를 남겼으며, 이는 귀국 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치유의 한 방편으로 1905년, 다카하마 교시의 권유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집필했다. 이 작품은 1905년 『호토토기스(두견)』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1906)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로 소설 창작을 시작했지만, 소설가이기 전에 그는 이미 뛰어난 하이쿠(俳句) 시인이었고 영문학자였다.
교직 생활과 소설 창작을 동시에 병행해야 하는 데에 고충을 느끼던 소세키는 아사히(朝日)신문사의 전속 작가 초빙을 받아들여 교직을 떠나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전념한다. 1907년에 교직을 사임하였으며 아사히[朝日]신문사에 입사하여 『우미인초(虞美人草)』를 연재하고 『도련님』(1906), 『풀베개[草枕]』(1906) 등을 발표하였다. 그 후 대부분의 저작은 아사히 신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그는 초기의 경쾌하고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에서 출발하여 점차 인간의 심층 심리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그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였다.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하고자 했다.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며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의 작풍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인 입장이었으며, 그후 『산시로[三四郞]』(1908), 『그후』(1906), 『문(門)』(1910)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1912), 『마음』(1914)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반복적인 위궤양, 당뇨 등을 앓았던 그는 1916년 12월 병이 악화되어 『명암』 집필 중 49세의 나이로 타계하였으며, 1984년, 영국에서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설립되었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산시로』, 『그 후』, 『문』, 『마음』, 『명암』(미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