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나오키상 수상 작가
시마모토 리오가 그리는 극히 개인적인 행복에 대하여
안타깝고 애절하며 어느 것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내밀한 사랑의 그림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별책 문예춘추』에서 연재한 여섯 편의 작품들을 모아 2010년 ‘문예춘추’에서 출간한 단행본이다. 첫 번째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길잡이」는 화자 야마토가 대학 진학과 함께 도쿄로 상경해 마와타 장이라는 하숙집에서 지내게 되는 내용인데, 프롤로그 역할을 하는 이 작품을 필두로 각각의 이야기는 쓰바키, 고하루, 치즈루 등으로 화자를 달리하며 점차 결이 풍성해지고 깊어지면서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다 마침내 껍질을 다 벗겨낸 양파 속 같은 핵심에 다다르면 시작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드러낸다. 순박하지만, 때로는 눈치가 없어 미련스럽기까지 한 야마토 요스케, 그는 물설고 낯선 도시 생활에서, ‘마와타 장’과 대학 생활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고 인간관계의 엇갈림을 경험한다. 그런 와중에 사랑에 눈뜨고 자신을 인식하기에 이르는 낭만적이고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로 보이던 「청결한 시선」과 「시스터」,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의 맥락이 「벽장 속 방관자」에 와서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물꼬를 튼다.
소설의 무대는 17년 전으로 옮겨지고, 더불어 ‘마와타 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은밀한 역사와 관계성의 비밀이 수면 위로 부상한다. 물론 이 은밀한 역사와 관계성을 암시하는 복선은 ‘마와타 장’의 주인인 와타누키 치즈루가 역시 하숙하며 함께 살고 있는 마지마 세우를 ‘내연의 남편’이라고 소개하는 말 속에 수수께끼처럼 깔려 있다. 남편이란 법적이거나 실질적인 부부 관계에서 남자 쪽을 일컫는 말인 반면, 내연이란 그렇지는 못하면서 밀접한 남녀 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내연의 남편’이라는 말은 상당한 모순과 숙명적인 요소를 함께 품고 있다. 이렇게 모순과 숙명을 함께 품은 말로 세우를 규정하게 된 치즈루는 과연 어떤 남모를 역사를 껴안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