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패스트패션에 열광했는가
무분별해진 옷 소비 대신, 가치 있는 패션을 추구하자
자라, H&M, 포에버 21, 유니클로를 포함한 소위 패스트 패션 매장들은, 급격하게 바뀌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이삼십 대의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았다. 이 SPA 브랜드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점포 수를 늘려갔으며,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 젊은 고객들은 한 시즌도 채 입지 못할 만큼 좋지 않은 재질의 옷을 이 매장들에서 끊임없이 사들이며 낡고 해지기도 전에 가차 없이 버린다. 심지어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여러 벌 있는데도 싸다는 이유만으로 쇼핑을 반복한다. 이 옷들은 대체 어떻게 이토록 싼 가격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왜 패스트 패션에 열광했는가』의 저자 엘리자베스 L. 클라인도 패스트 패션 매장을 전전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싸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디자인의 신발 일곱 켤레를 한 번에 사들이는 쇼핑 중독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 번 신고 나서 망가져버린 그 신발들을 보면서 그녀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대체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쇼핑을 하게 되었으며, 세계 의류 시장을 점령한 이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옷을 저가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한다. 패스트 패션에 대한 의식 없는 소비가 전 세계 의류 산업과 노동 환경, 나아가 지구 환경까지 파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포에버 21에 고용되었으나 한 번도 제대로 된 디자인을 못 해본 디자이너, 문을 닫은 옷 공장의 예전 공장주, 중국과 제3세계의 공장 노동자들, 중고 의류 판매자, 그리고 자선단체 사람들까지, 그들은 모두 패스트 패션이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의류 시장 자체가 몰락할 위기에 빠졌다고 설명한다. 그저 즐거움으로 한 쇼핑이 결과적으로는 지구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